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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능률 살리려면 열린 일터 만들어야

CEO의 스킨십 경영 불황 이기는 힘

인천 부평공단에서 30년째 영상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유지컴'의 사무실에는 사장실 회장실이 따로 없다. '오직 좋은 품질만이 살아남는 길'이란 소신을 가진 이 회사 윤기화 회장은 일찍부터 자신의 전용공간을 없앴다. 대신 그가 일하는 공간에는 '품질관리위원장실'이란 이색적인 간판이 걸려 있다. 수시로 생산라인을 순회하며 이곳에서 품질회의를 갖고 문제점을 찾아 제품을 개선한다. 그는 국내외 공장에 종업원 600명을 거느리고 있고 월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중소기업 CEO지만 평사원들과 섞여 일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변화와 혁신은 계급장 떼고 끝장 토론을 할 때에만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기술력과 고품질도 바로 이런 열린 기업환경에서 잉태된 것이지요. "

윤 회장의 경영철학 제1장은 '현장 접촉을 통해 직원들과의 거리를 좁히자'이다. CEO가 직원과 대화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일하고 싶은 회사 풍토가 조성되고 자연스레 품질도 높아진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회사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CEO와 거리가 없어야 능률이 오른다"며 '열린 일터'를 강조한다.

최근 윤 회장처럼 현장과 밀착된 '스킨십 경영'이 떠오르고 있다. 중소기업 CEO를 비롯해 몇몇 시중은행장,심지어 그룹 회장들도 인터넷 홈페이지나 현장 접촉을 통해 직원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위압적인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경영을 지휘하던 '근엄한 회장님'이 권위의식을 버리고 '직원들 속으로'를 외치며 현장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의 기를 살리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나로 섞이고 있다. 정기 조찬모임이나 도시락 간담회 등을 통해 직원들과 접촉하며 애로사항을 듣고 경영비전을 제시하는가 하면,이메일을 통해 소소한 문제를 경청하면서 권위의 벽을 무너뜨리는 CEO들이 많아졌다.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지만 항상 곁에 있는 CEO들의 스킨십 경영은 활기차고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데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은 어느 한 사람의 스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단독 콘서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소임을 잘 수행할 때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비보이들의 퍼포먼스만 봐도 언뜻 보면 화려한 개인기 경연장 같지만 그 속에는 음악과 어울리는 하모니와 팀워크가 있다.

'비전이 있는 회사' '내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자유로운 근무환경과 팀워크가 중시되는 회사'가 바로 일하고 싶은 기업의 전형이다. 이를 위해서는 CEO가 구성원들에게 먼저 다가서고 주인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는다는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현명한 CEO들은 수시로 회사 경영내역 등을 임직원들과 공유한다. 상생(相生)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용어가 아니다. 내부고객인 직원부터 챙겨야 회사의 체질도 강해진다.

시장은 CEO가 안주하는 기업을 쉽게 외면한다. 그런 면에서 스킨십도 혁신의 일부다. 기업의 힘은 기술력과 품질에서 비롯되며,이는 임직원들의 주인의식과 일하고 싶어하는 기업문화에서 나온다. 스킨십을 통해 주인의식과 동기를 부여하는 일터 만들기는 기업의 자산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경쟁력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