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제임스무역 사장ㆍseoulsusan@naver.com>

얼마 전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한 중학생이 집에서 자기 남동생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내용이었다. 동생이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모양이다. 형은 부모가 일하러 나가는 밤이면 컴퓨터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밤새 게임을 한 뒤 다음날 수업시간에 존 적도 많았다고 한다. 부모는 야간식당을 운영했다. 각각 14세와 11세인 형제가 항상 집을 지켰다.

부모자식 간 대화는 거의 없었다. 부부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면 아이들은 등교했고 아이들이 하교할 때면 부부가 집을 나서야 했다. 학교에서도 형의 이상행동을 지적했지만 먹고살기 바쁜 부모는 사춘기 아이들의 일상적인 돌출행위겠거니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자녀를 챙길 수 없을 만큼 부모를 힘들게 하는 사회는 분명 문제가 있다. 청소년 문제가 가난한 부모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부유층 집안에도 자식문제는 있다. 그럴 경우 대신 주위환경 탓을 한다. 나쁜 친구를 사귄다든지,잔인한 컴퓨터게임이나 인터넷 자살ㆍ엽기사이트 등에 쉽게 노출된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세상이 잘못돼 가고 있다'는 푸념만으로 오늘 내 아이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푸념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물론 국제중이나 특목고에 보내는 것도 관심의 한 방편이다. 아예 무관심한 것보다는 낫다. 다만 청소년은 공부만 해야 한다는 것은 어른은 돈버는 일만 해야 한다는 것만큼 지나친 요구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종종 우리는 요구가 정도를 넘는다는 것을 잊고 지낸다. 남들도 그렇다면서….

관심이 곧 사랑이 아닐까. 아이들도 그들만의 생활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관심한 가족은 남남보다 더 무섭다. 한쪽에선 바라는데 다른 쪽에선 거부하기 때문이다.

평소 미국 할리우드 영화 가운데 사이코물이 많은 것을 관심 깊게 봐왔다. 사이코 영화는 사회로부터 소외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불특정 대중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소외계층이 많은 세계 최고 부자나라 미국의 사회상을 그려냈다는 생각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이코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아 유쾌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