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출범 전부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우리금융 하나금융 산업은행 등과의 대등합병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KB투자증권(옛 한누리투자증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증권사 추가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은 M&A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고 국민은행의 ING생명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금융계에선 향후 2∼3년간 금융계 지형 재편은 KB금융이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M&A 작업 이미 착수

KB금융 관계자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TF가 조만간 구성될 것"이라고 23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TF는 오는 29일 공식 출범하는 KB금융지주가 중심이 되겠지만 국민은행 등 자회사 임직원이 두루 참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006년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및 파기 과정 등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 있으며 관련 임직원들에게 금융감독 당국,론스타,외환은행,다른 인수 후보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을 지시했다.

KB금융은 이와는 별도로 황영기 회장이 제안한 '대등합병론'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실행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자본금 3000억원 규모의 KB투자증권만으론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판단,추가 M&A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날 공시를 통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유진투자증권을 포함한 여러 M&A 대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계 관계자는 "증권사를 인수한다면 업계 수위권의 대형 증권사를 사야 한다는 것이 국민은행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안팎에선 인수 후보로는 대우 대신 현대증권 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탄 마련 박차

KB금융은 다각적인 M&A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실탄'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20%에 이르는 자사주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KB금융은 자사주 매각을 위해 대주주 중 하나인 ING그룹,GIC(싱가포르투자청),일본 및 중동계 자본 등과 논의를 시작했다. 황 회장은 이와 관련,"자사주 중 일정 부분은 올해 말 안에 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KB금융이 가지고 있는 자사주는 총 발행 주식의 20%에 이르며 시가로는 4조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ING생명 지분 14.9%를 ING그룹에 되팔아 6000억원가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국민은행은 1999년 ING와 제휴해 ING 지분 20%를 매입한 뒤 지난해 5.1%를 주당 54만3000원에 팔았으며 잔여지분 14.9%를 모두 ING그룹에 팔 예정이다. 만약 국민은행이 ING생명 지분을 주당 50만원 선에서 판다면 매각대금은 6000억원에 이른다.

이 은행 관계자는 다만 "ING그룹이 KB생명 지분 49%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리 문제 등을 종합 검토한 뒤 매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또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BII 지분 14%를 처분,조만간 3750억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