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파생상품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ELS(주가연계증권)와 ELF(주가연계펀드) 등은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인기가 높았으나 일반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상품 규모가 소액화되거나 심지어 발행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새로 설정된 ELF,금융공학펀드 등 파생상품펀드는 모두 46개로 설정액은 총 1189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펀드당 평균 설정액은 2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5월과 6월만 해도 월 100개 이상의 상품이 새로 만들어져 설정 규모가 1조원을 상회했던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기피현상이 심해져 투자자금을 계획대로 모으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새로 상품을 만들려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파생상품펀드는 100억∼3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모아 운용되는데 최근 투자자금이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일이 많아 펀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ELS도 사정이 비슷하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100억원 규모의 ELS를 발행했지만 청약금이 2억500만원에 그쳐 발행을 취소했다. 삼성증권이 판매한 '삼성증권 제2169회 주가연계증권'도 100억원을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들어온 자금은 9억원에 그쳤다. 또 한화증권이 최근 판매한 '한화스마트주가연계증권'은 청약금액이 계획의 2% 수준인 2억2250만원에 그치는 등 투자 기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주식시장이 안정돼야 파생상품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