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 집주인, 매물회수 움직임…종부세 개편안 발표 수혜지역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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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줄어 좋긴 한데 집값 오르는 것은 기대도 안해요. 경기가 워낙 안 좋잖아요.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서 만난 정상화씨(55세)는 종합부동산세 감면 소식에 중개업소에 내놓았던 집을 팔지 않기로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23일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확정.발표했지만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의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하다. 정씨처럼 일부 집주인들이 종부세 회피 매물을 거둬들일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매수세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인중개사들 가운데 방문객은커녕 문의전화조차 한 통 받지 못했다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집주인들 환영은 하지만
1주택자인 정씨가 5년째 살고 있는 105㎡(32평)형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8억8000만원.올해 종부세만 180만원을 물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한 푼도 안 낸다. 정씨는 "집값이 떨어졌지만 내년부터 종부세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한 집 갖고 오래 살면 양도세 부담도 줄어 그냥 눌러 앉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에 사는 김병수씨(68)는 "집을 두 채 갖고 있어 지난해 종부세로만 1200만원을 냈는데 내년부터 100만원대로 줄 것으로 보인다"며 "세금은 늘어나는데 직장 은퇴 후 소득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모처럼 웃을 일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종부세 부담이 사라지는 아파트는 강남3구에서만 모두 8만2000여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80% 수준이라는 점에서 시세(매도호가)로는 7억5000만~11억원 하는 물량을 추린 것이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2만8761가구,서초구 2만4577가구,송파구 2만9549가구 등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서초구 서초동 삼풍,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잠실 파크리오(시영 재건축) 등 주요단지의 90~100㎡(25~30평)형대 아파트 대부분이 수혜대상으로 꼽힌다.
시세로 11억원(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주택 역시 종부세율이 절반 이상 낮아질 예정이어서 종부세를 내지 않거나 부담이 줄어드는 물량은 강남.서초구가 전체 아파트의 각각 74%,송파구는 51%에 이를 전망이다.
◆무덤덤한 시장 분위기
하지만 종부세 감면소식에도 '버블세븐(강남 서초 목동 분당 용인 과천 평촌)' 지역의 중개업소는 여전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중개사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뤄 종부세가 얼마나 줄어들지 계산해보거나 집값이 어떻게 될지 얘기를 나누는 모습만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인터넷공인 관계자는 "지금 주택시장이 침체된 것은 보유세 부담 때문이라기보다는 담보대출 규제와 국제적인 금융경색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종부세가 줄어드니 집주인들이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분당신도시 신일공인 관계자는 "이달 초 양도세제 개편 이후 종부세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집주인들이 많아서인지 미동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 아파트 입주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K공인 관계자는 "추석 전보다 5000만원 이상 값을 내린 급매물이 있어도 매수자가 전혀 없다"며 "종부세 감면이 시장 분위기를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사들 중에서는 오히려 거래공백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강남구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종부세 부담이 준다는 것은 집을 서둘러 팔아야 할 이유가 하나 사라진다는 뜻"이라며 "지금처럼 매수세가 끊긴 상황에서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거래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대형주택 수요 늘긴 힘들 듯
전문가들도 종부세 감면이 고가 중대형 수요를 당장 늘리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고가 중대형보다 소형주택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종부세가 사실상 없어진다 해도 고가주택 수요가 당장 늘어나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은 "이번 종부세 개편은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을 활성화시킬 만한 재료는 아니다"면서 "금융시장과 거시경제가 안정돼야 양도세 감면혜택 등과 맞물려 중대형 고가주택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황식/박종서 기자 hiskang@hankyung.com
이문용/윤형훈 인턴(한국외대 3년)
정부가 23일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확정.발표했지만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의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하다. 정씨처럼 일부 집주인들이 종부세 회피 매물을 거둬들일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매수세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인중개사들 가운데 방문객은커녕 문의전화조차 한 통 받지 못했다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집주인들 환영은 하지만
1주택자인 정씨가 5년째 살고 있는 105㎡(32평)형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8억8000만원.올해 종부세만 180만원을 물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한 푼도 안 낸다. 정씨는 "집값이 떨어졌지만 내년부터 종부세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한 집 갖고 오래 살면 양도세 부담도 줄어 그냥 눌러 앉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에 사는 김병수씨(68)는 "집을 두 채 갖고 있어 지난해 종부세로만 1200만원을 냈는데 내년부터 100만원대로 줄 것으로 보인다"며 "세금은 늘어나는데 직장 은퇴 후 소득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모처럼 웃을 일이 생겼다"고 좋아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종부세 부담이 사라지는 아파트는 강남3구에서만 모두 8만2000여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80% 수준이라는 점에서 시세(매도호가)로는 7억5000만~11억원 하는 물량을 추린 것이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2만8761가구,서초구 2만4577가구,송파구 2만9549가구 등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서초구 서초동 삼풍,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잠실 파크리오(시영 재건축) 등 주요단지의 90~100㎡(25~30평)형대 아파트 대부분이 수혜대상으로 꼽힌다.
시세로 11억원(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주택 역시 종부세율이 절반 이상 낮아질 예정이어서 종부세를 내지 않거나 부담이 줄어드는 물량은 강남.서초구가 전체 아파트의 각각 74%,송파구는 51%에 이를 전망이다.
◆무덤덤한 시장 분위기
하지만 종부세 감면소식에도 '버블세븐(강남 서초 목동 분당 용인 과천 평촌)' 지역의 중개업소는 여전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중개사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뤄 종부세가 얼마나 줄어들지 계산해보거나 집값이 어떻게 될지 얘기를 나누는 모습만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인터넷공인 관계자는 "지금 주택시장이 침체된 것은 보유세 부담 때문이라기보다는 담보대출 규제와 국제적인 금융경색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종부세가 줄어드니 집주인들이야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분당신도시 신일공인 관계자는 "이달 초 양도세제 개편 이후 종부세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집주인들이 많아서인지 미동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 아파트 입주가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K공인 관계자는 "추석 전보다 5000만원 이상 값을 내린 급매물이 있어도 매수자가 전혀 없다"며 "종부세 감면이 시장 분위기를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사들 중에서는 오히려 거래공백이 더 심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강남구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종부세 부담이 준다는 것은 집을 서둘러 팔아야 할 이유가 하나 사라진다는 뜻"이라며 "지금처럼 매수세가 끊긴 상황에서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거래는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대형주택 수요 늘긴 힘들 듯
전문가들도 종부세 감면이 고가 중대형 수요를 당장 늘리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지금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고가 중대형보다 소형주택 쏠림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종부세가 사실상 없어진다 해도 고가주택 수요가 당장 늘어나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은 "이번 종부세 개편은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을 활성화시킬 만한 재료는 아니다"면서 "금융시장과 거시경제가 안정돼야 양도세 감면혜택 등과 맞물려 중대형 고가주택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황식/박종서 기자 hiskang@hankyung.com
이문용/윤형훈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