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 조치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이면서 22일(현지시간) 다우지수와 달러화 가치가 폭락했다. 구제금융 재원 마련 과정에서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날 다우지수는 3% 넘게 급락했으며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3~4% 하락했다. 달러화 가치도 급락했다. 달러화는 유로당 1.4808달러에 거래돼 지난 주말 1.4466달러보다 2.3% 떨어졌다. 이 같은 낙폭은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달러화는 엔화와 위안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달러 약세를 틈타 국제유가와 금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며 상품가격은 치솟았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 원유(WTI)는 배럴당 16.37달러 급등한 120.9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대 상승폭이다. 금값도 5.1% 급등한 온스당 90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에 자금 수혈 길을 열어주기 위해 사모펀드 등이 별도의 감독을 받지 않고 취득할 수 있는 은행 지분 한도를 기존 25%(의결권 지분은 최대 10%)에서 33%(의결권 지분은 15%)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가 은행 지분을 사들이고,은행들은 필요한 자본을 충족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게 됐다.

한편 23일 뉴욕 증시는 전날 급락에 대한 반발 매수세 유입 등으로 오름세로 출발했다. 오전 0시30분(한국시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82.92포인트(0.75%) 오른 11,098.61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