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훈 LG전자 솔루션 사업팀 부장이 세계적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 후 인 아메리카(Marquis Who's Who in America)' 2009년판에 등재됐다. 노 부장은 멀리 떨어져 있는 기계나 전자제품을 무선장비를 통해 조정하는 '원격제어' 분야 전문가로 그가 1999년 발표한 논문은 원격제어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부장은 2003년과 2008년판에도 '마르퀴스 후즈 후 사이언스 엔지니어링'과 '마르퀴스 후즈 후 인 더 월드' 등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올해 '인 아메리카'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면서 '마르퀴스 후즈 후 3관왕'이 된 셈이다. '사이언스 엔지니어링'은 과학기술 분야 저명인사,'인 더 월드'와 '인 아메리카'는 각각 세계와 미국의 정치,경제,산업에 공헌한 인물들을 정리한 인명사전이다.

LG전자에서 평범한 R&D(연구개발) 인력으로 근무했던 노 부장은 어떻게 세계적인 석학의 반열에 올라섰을까. 23일 기자와 만난 그는 "회사 지원으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을 때 신경을 써서 논문을 쓴 것이 전부"라는 답을 내놓았다.

1988년 LG전자에 입사한 노 부장은 1993년 '카오스 이론'을 적용한 '카오스 세탁기' 개발팀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연구개발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회사의 지원으로 1995년부터 KAIST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박사 과정에서 그가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교수들도 '힘든 주제'라며 만류했던 '시간 지체 이론'이었다. 기계를 원격으로 제어할 때 명령을 내리는 장비와 기계의 거리,외부 환경 등에 따라 명령이 기계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시간 지체 이론의 핵심이다.

그는 시간 지체가 발생할 확률을 수학적으로 규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실린 이론을 활용하면 기계를 원격으로 제어할 때 나타나는 시간 지체로 인한 오작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노 부장은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평소 궁금해하던 부분을 논문으로 정리한 것이 적중했다"며 "공학 관련 컨퍼런스 등에서 논문 심사위원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요청도 끊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논문 내용을 실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도 적용하고 있다. 에어컨 냉매를 운반하는 관의 길이에 따라 '시간 지체'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활용,오작동 확률을 최소화한 에어컨을 만들어낸 것.인터넷 냉장고도 그의 작품이다. 노 부장은 "기업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시행착오 끝에 제품을 만들어내는 곳"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 대학교수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논문을 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 부장은 "기업에서 일하는 후배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 보고서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며 "열정만 있다면 기업 내에서만이 아니라 학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