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체 수입량의 23% … 1위로 ‥ 경기침체속 저렴한 와인 수요 늘어

'자유무역협정(FTA)의 힘인가,적극적인 마케팅 덕인가. ' 올 상반기 한국인들은 프랑스 와인보다 칠레 와인을 더 마신 것으로 집계됐다. 고가 와인은 여전히 프랑스산이 주류지만,중저가에서는 칠레산이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셈이다.

◆칠레산 점유율 5년 새 4배 상승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칠레 와인 수입량이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칠레산 와인 수입물량은 448만병(750㎖ 기준)을 기록해 전체 와인 수입량의 23.0%를 차지했다. 칠레 와인은 2003년 수입 점유율이 6.3%에 불과했으나 5년 동안 4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반면 프랑스 와인은 19.1%인 370만병이 수입돼 2위로 내려앉았다. 2003년(수입 점유율 33.5%)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칠레는 인구가 1500만명에 불과해 와인 생산량의 75%를 수출한다. 와인 생산량에선 아르헨티나가 칠레보다 훨씬 많지만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수출 비중은 5%로 미미하다.

◆FTA 효과에다 불황도 한몫

국내에서 칠레 와인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무엇보다 2004년 한·칠레 FTA에 따른 효과를 꼽을 수 있다. FTA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칠레 와인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졌고 안정적인 기후로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한 와인명이 기억하기 쉬운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18홀을 65타에 치라'고 해석되며 골퍼들에게 인기를 끈 '1865'나 영화제목과 동일한 '카사블랑카',호텔 고급 레스토랑에서 인지도가 높은 '몬테스 알파'(사진) 등이 그런 사례다.

최근 경기 불황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1만~3만원대 중저가 칠레 와인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반면 프랑스 와인은 수십만원대 보르도 와인에선 강세지만 3만원대 이하 중저가에선 칠레 와인에 비해 선택 폭이 극히 좁다. 범준규 롯데아사히주류 와인팀장은 "환율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이 와인시장에 영향을 미쳐 신대륙을 중심으로 한 저가 와인 수요가 증가한 것도 칠레 와인 강세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수입액에선 프랑스 와인이 압도

하지만 수입액으로 보면 프랑스 와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상반기 프랑스산 와인은 금액 면에서 41.8%를 차지했다. 그러나 프랑스 와인 점유율은 2003년 49.5%에 비해 7.7%포인트 하락했고,칠레 와인은 6.5%에서 16.8%로 높아졌다.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팀 차장은 "국내 와인시장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고가,칠레 중심의 중저가로 양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칠레 와인은 '고급화' 전략으로 2차 도약을 모색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인들의 입맛을 길들이는 데 성공,프리미엄 와인을 속속 내놓고 있다. '카르민 데 페우모'(40만원),'알마비바 2005'(20만원),'돈 멜초르 2005'(15만원) 등이 국내에 수입되면서 이런 흐름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