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치권과 중소 상공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4당사자 체제' 도입과 '현금 구매시 할인' 등은 모두 미국과 호주 등 외국 사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일정 부분 수수료 인하 효과를 거두고 있어 벤치마킹할 만하다는 의견도 있지만,외국의 제도를 국내에 도입할 경우에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4당사자 체제'와 관련해 주목해볼 만한 것은 미국의 사례다. 4당사자 체제는 '카드사-회원-가맹점'으로 돼 있는 신용카드 결제시장의 구조를 '카드사-회원'과 '전표매입사-가맹점'으로 나눠 카드사는 회원을 상대로,전표매입사는 가맹점을 상대로 영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수의 전표매입사가 가맹점 유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중소 상공업계의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 4당사자 체제의 가맹점 수수료율(2.19%)이 3당사자 체제하의 수수료율(2.41%)보다 낮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4당사자 체제가 도입되면 거래 단계와 당사자가 늘어나 오히려 거래 비용이 상승하고 가맹점 수수료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신중한 입장이다.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미국이나 캐나다의 4당사자 체제는 국토가 넓고 전산망이 미비해 카드사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가맹점을 모두 관리할 수 없었던 특수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국내에 적용하려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는 카드를 쓰는 소비자에게 현금을 낼 때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현금 고객에게 사실상 할인 혜택을 주고 수수료 비용을 카드 고객에게 전가함으로써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호주는 0.5%포인트 안팎의 수수료 인하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부작용도 나타났다. 중소 가맹점들은 카드 이용자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할 경우 손님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그렇게 하지 못했고 대형 가맹점만이 카드 고객에게 추가적인 가격을 매겨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국내 금융당국은 호주와 똑같은 방식은 아니더라도 카드 거래에 수반되는 비용을 가맹점과 회원이 고르게 부담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