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영국의 제조업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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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국제 금융위기로 우울한 요즘 영국 언론에서는 제조업에 관한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금융서비스 등에 대한 맹신이 초래한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영국은 지금이라도 고부가가치 제조업 등 새로운 산업지도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미국발 금융위기는 2000년 하이테크주 버블 붕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면서 13번의 금리인하가 있었고,이 돈이 미국 주택부문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스토리가 가능하다. IT(정보기술)를 기치로 내건 신경제의 거품이 꺼진 이후 실물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금융의 논리로 무리한 성장을 추구한 결과 지금의 금융위기가 초래됐다는 얘기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게 있다면 21세기에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인지 모른다. 영국이 탈산업사회 방향으로 다른 선진국들을 리드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과연 옳은 것이었던가. 남들이 제조업과 씨름할 때 영국은 무형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개념은 제대로 설정된 것이었나. 영국은 지금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영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약 1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것은 영국 제조업 기반의 상실 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행히 금융 쪽에서 거의 1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대체하는 듯 했지만 제조업 쇠락에 따른 빈 공간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금융 일자리마저 허망하게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제조업을 더 이상 산업혁명의 유물쯤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국가경제에서 갖는 전략적 이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경제적 효과가 런던 등 특정지역이 아닌 국가 전체로 파급된다는 점,중산층의 지지기반으로 소득 양극화를 줄여준다는 점,연구개발의 토대가 된다는 점,그리고 공급체인망이 광범위하다는 등의 이점이 지금의 영국 경제상황과 대비되며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영국의 절박감은 생명공학 산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종교나 윤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결코 덜하지 않을 국가인데도 생명공학 연구개발에 대해 '실용적'이다 못해 거의 '파격적' 수준의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21세기에 무엇으로 먹고 살지에 대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는 건 우리도 매한가지다. 이명박 정부가 5년간 88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신성장동력 프로젝트를 내놨다. 그러나 반응은 솔직히 무덤덤하다. 그동안 정권마다 성장동력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지만 말잔치로 끝나버린 탓이다. 특히 모든 고민을 일거에 해소할 만한 성장동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국제적 허브가 되겠다' '세계적 중심이 되겠다'고 한 것들일수록 하나같이 허망했다.
지식기반경제도 좋고,녹색성장도 좋다. 그러나 금융에서 쏠림이 위험한 것처럼 산업에서도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면 대가가 따른다. 무작정 남을 따라하기보다 우리에게 최적의 성장동력 포트폴리오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절이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어떻게 보면 미국발 금융위기는 2000년 하이테크주 버블 붕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면서 13번의 금리인하가 있었고,이 돈이 미국 주택부문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스토리가 가능하다. IT(정보기술)를 기치로 내건 신경제의 거품이 꺼진 이후 실물부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금융의 논리로 무리한 성장을 추구한 결과 지금의 금융위기가 초래됐다는 얘기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게 있다면 21세기에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인지 모른다. 영국이 탈산업사회 방향으로 다른 선진국들을 리드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과연 옳은 것이었던가. 남들이 제조업과 씨름할 때 영국은 무형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개념은 제대로 설정된 것이었나. 영국은 지금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영국에서 지난 10년 동안 약 1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것은 영국 제조업 기반의 상실 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행히 금융 쪽에서 거의 1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대체하는 듯 했지만 제조업 쇠락에 따른 빈 공간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지금은 금융 일자리마저 허망하게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제조업을 더 이상 산업혁명의 유물쯤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국가경제에서 갖는 전략적 이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경제적 효과가 런던 등 특정지역이 아닌 국가 전체로 파급된다는 점,중산층의 지지기반으로 소득 양극화를 줄여준다는 점,연구개발의 토대가 된다는 점,그리고 공급체인망이 광범위하다는 등의 이점이 지금의 영국 경제상황과 대비되며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영국의 절박감은 생명공학 산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종교나 윤리로 따지기 시작하면 결코 덜하지 않을 국가인데도 생명공학 연구개발에 대해 '실용적'이다 못해 거의 '파격적' 수준의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21세기에 무엇으로 먹고 살지에 대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는 건 우리도 매한가지다. 이명박 정부가 5년간 88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신성장동력 프로젝트를 내놨다. 그러나 반응은 솔직히 무덤덤하다. 그동안 정권마다 성장동력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지만 말잔치로 끝나버린 탓이다. 특히 모든 고민을 일거에 해소할 만한 성장동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국제적 허브가 되겠다' '세계적 중심이 되겠다'고 한 것들일수록 하나같이 허망했다.
지식기반경제도 좋고,녹색성장도 좋다. 그러나 금융에서 쏠림이 위험한 것처럼 산업에서도 균형감각을 잃어버리면 대가가 따른다. 무작정 남을 따라하기보다 우리에게 최적의 성장동력 포트폴리오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절이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