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금융권 구제금융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히는미국의 주택시장이 8월에도 침체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24일 미국의 8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달보다 2.2% 감소한 491만채(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1.2% 감소)보다 더 악화된 수치다.8월의 주택가격 중간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9.5% 급락했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금융사의 부실 모기지(주택담보) 자산을 사줘도 금융 및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지게 된다.

이 같은 주택 시장 침체는 금융위기 확산으로 모기지 시장이 얼어붙은데다 금융사들이 모기지 대출 조건을 강화하면서 주택 매수 수요가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올해 주택판매가 최고치였던 2005년보다 29% 가량 줄어들고,주택가격은 4∼7%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또 최근 모기지은행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택구입자금 대출 규모는 9300억달러로 작년(1조1600억달러)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가격 하락은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 방안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재무부가 7000억달러를 투입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실 모기지 자산을 사줘도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주택구입자들의 연체와 주택압류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 방안이 주택가격 안정으로 이어지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미 정부가 1989년 정리신탁공사(RTC)를 세워 저축대부조합(S&L)의 부실자산을 사줬을 때도 경기바닥을 확인하는데 2년,주택시장이 바닥을 치는데는 3년정도 걸렸다”며 “이번 조치로 주택시장이 안정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엘멘도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강력한 구제금융 조치가 나와도 주택가격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