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훈 < 인천대 교수ㆍ경제학 >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깨끗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법이라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경제성이 없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화석에너지에 견줄만한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심지어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불확실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전 세계적인 대세이기도 하다.

최근 확정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쯤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11%로 늘어난다. 현재까지 보급률이 겨우 2%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것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전력을 생산하면 누군가는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된 전기에 관해서는 정부가 일정액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생산단가가 커지기 때문에 전기요금으로 징수한 돈에서 그 차액만큼 지급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보조금의존 방식이다. 보조금은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전기를 만들려면 햇빛이 있고 바람이 불어야 한다. 전기가 필요한 시점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한창 피크의 전력이 필요할 때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무력할 수밖에 없다. 대체발전 수단을 백업으로 만들어 두어야 공급이 가능하게 된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은 다른 발전수단과 달리 추가로 대체수단을 확보해 둬야 한다. 막대한 보조금도 힘들지만 대체수단을 확보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계획대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면 그 비용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막대한 액수가 될 터인데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아쉽게도 현재로선 전기요금에서 거둬 지급하는 것밖에는 별다른 방법은 없다. 신재생에너지 말고 다른 발전원에서 열심히 전기를 만들어 팔고 그 돈 가운데 일부로 지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신재생에너지 이외의 전력을 생산하는 수단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천연가스와 석탄,그리고 원자력이다. 이 수단들도 장밋빛 미래가 아니다. 우선 천연가스는 비싸다. 당분간은 가격문제가 아니라 물량조차 구하기가 어렵다. 석탄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저탄소형 녹색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면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나 남은 원자력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한다. 과거에 원자력을 포기했던 나라들도 다시 원자력에 눈을 돌리고 있는 데도 이들은 요지부동이다.

원자력은 고유가 추세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정치적 힘으로 경제정책을 막는 것이 과도해지면 본질을 훼손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데 정치적 영향력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 저탄소형 녹색경제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정치적 수사다. 정치적 수사를 현실화하려면 그냥 되지 않는다. 국민적 합의를 기초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다른 전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더 큰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전력을 공급하는 수단들이 모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처지에서 싼 값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를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모든 수단에 대한 경제적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주어야 한다. 그러고도 안 되는 부분은 요금을 올려서 시장에서 해결해야 한다. 수요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고난 극복 모드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