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인터뷰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 방안은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

리처드 파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경제학 교수는 23일 "재무부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공조로 신용 공황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보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인 경제지표에 비춰볼 때 세계경제가 장기간 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마치 대공황이 닥친 것처럼 요란을 떨면서 서둘러 구제금융안을 내놓았지만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보게 될지는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정책들이 시장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제금융 방안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파커 교수는 "금융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만으로 모기지 시장이 곧바로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주택 시장이 앞으로 15%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금융사들의 악성 채권을 사줘도 금융사들이 영업을 꺼리는 데다,모기지(주택담보대출) 조건 자체가 까다로워진 탓에 주택 매수가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발행된 채권을 정리해주는 게 새 모기지 관련 채권시장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사들의 소극적인 영업은 모기지 금리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 결국 주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모기지 시장 메커니즘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파커 교수는 "금융사들의 모기지 영업은 내년쯤 가서야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내년 1월 들어서는 새 정부의 신임 재무부 장관과 금융 관리들이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주택 시장 안정이 다소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근본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2010년께나 주택 시장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파커 교수의 관측이다.

파커 교수는 이어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쇼트 셀링) 금지와 관련,"뚜렷하게 해외 투기세력의 공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것은 옳지 않다"며 "자칫 투자자들이 투자 결정을 하는 데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지적했다. 공매도 금지가 일시적으로 주가 하락 압력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