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다 기관수요 줄어 자금조달 난항

금융시장의 불안 여파로 시중금리가 올라 회사채 발행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면서 회사채 수요가 크게 줄어 상장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자금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어 상장사들이 이달 들어 공모로 발행한 회사채는 대한항공 금호석유화학 한일건설 등 고작 3건에 발행액이 390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대한항공 회사채가 3000억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발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지난달에도 상장사 회사채 발행액(무보증·공모·원화 사채 기준)이 1조8910억원에 그쳐 올 최고치였던 지난 3월(3조1900억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부진은 우선 회사채 발행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 조달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AA-'인 만기 3년짜리 무보증 회사채 발행금리는 지난해 12월에는 평균 연 6.73%였지만 지금은 연 7.49%로 올랐 다.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7억원 정도의 비용을 더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윤영환 굿모닝신한증권 선임연구위원은 "발행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오른데다 기업 신용도에 따라 추가로 부가되는 가산금리(스프레드)도 큰 폭으로 올라 회사채 발행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초 5.5%였던 3년 국고채 금리는 이날 5.8% 수준으로 상승했고, 회사채 스프레드도 2배 이상 벌어져 1.6%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기관들이 현금 확보에 무게를 두면서 투자자 모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팀 관계자는 "회사채를 인수하려는 투자 수요가 예전만 못 하다"며 "기관들이 회사 측이 제시하는 것보다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해 발행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일수록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껴 발행 일정을 늦추며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남정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증시 불안으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까지 얼어붙어 환율 등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는 일부 기업들이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