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이명박계냐 친박근혜계냐를 놓고 끊임없이 편가르기를 하던 한나라당에 새로운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입법예고안을 놓고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소위 '버블세븐' 지역 의원들과 그렇지 않은 지역 의원들 간에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민심을 살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민심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 법안에 대해 의원총회나 상임위 활동을 거쳐 수정을 가하는 것도 국회의원으로선 중요한 임무라고 할 수도 있다. "관료가 정책적 판단을 한다면 국회의원은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 정부의 원안대로 그대로 통과시키면 국회의 기능은 사라진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말은 그래서 수긍이 가는 점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뒷맛이 남는 건 종부세 완화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이 너무도 분명하게 지역구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종부세 완화는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은 "종부세는 잘못된 세제이며 종국에는 재산세로 흡수돼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목소리를 낼 때에는 "나는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펴는 당 지도부나 정부와는 생각이 다르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종부세는 있는자와 없는자를 편가르기한 '노무현표 포퓰리즘'의 가장 상징적이고도 핵심적인 정책이다. 일부 의원들은 "종부세 완화가 경제살리기와 무슨 관계가 있나"고 하지만 반부자 정서,획일적 평등주의를 바로잡는 건 MB노믹스를 성공시킬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게다가 2010년에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에서 올 정기국회가 아니면 종부세 개편은 사실상 물건너간다는 사실을 의원들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참석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도 국민들의 90%가 반대했었다. 인기가 없어도 원칙대로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기도 중요하지만 원칙이 더 중요하다.

유창재 정치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