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정가액 도입해도 과표 탄력운용
(2) 종부세 안내게 된 세대만 재산세 손질
(3) 지방세수 부족은 교부금으로 해결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이 엉뚱하게도 재산세 인상 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야권과 일부 언론은 '국민 2%가 내는 종부세는 깎아 주고,대부분의 국민이 내는 재산세는 올리려는 방안'이라고 몰아붙이고 있고 정부와 여권은 재산세 인상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오해와 왜곡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잇따라 기자들을 만나 "종부세 감소분을 벌충하기 위해 재산세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는 이번 논쟁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년 재산세 자동 인상?

재산세가 인상될 것으로 보는 첫 번째 근거는 종부세와 재산세에 새로 도입하기로 한 '공정시장가액'(용어풀이 참조)에 기초하고 있다. 종부세는 주택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결정하되 정부가 상하 20%포인트까지 높이거나 낮출 수 있게 했다. 최대 100%,최소 60%의 시가 반영률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범위(80%±20%포인트)를 그대로 재산세에 대입하면 실제 내년 재산세는 무조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해 재산세 과표의 시가 반영률은 여야 합의로 50% 수준에서 정산키로 했다. 따라서 내년에 60~100% 사이에서 시가 반영률이 정해지면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재산세는 늘어날 것이란 추측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 범위를 각각 다르게 결정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온 오해라고 설명했다. 윤영선 세제실장은 "내년 재산세 공정시장가액은 세 부담이 올해보다 늘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대전제 아래서 행정안전부가 검토 중"이라며 "예컨대 공시가격의 70%를 기본으로 하고 위아래로 30%포인트를 가감할 수 있게 하는 등 종부세보다 완화된 방안이 채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산세율이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산세율을 올리려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 증거로 종부세 개편안 발표 자료의 '중.장기 개편 방안'을 제시한다. 자료에는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하되 종부세 일부를 재산세율 인상 등을 통해 지자체 세원으로 확충"이라는 표현이 있다. 언뜻 보면 재산세율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 체계안으로 편입하면 세율이 낮은(0.15~0.5%) 기존 재산세 과표구간 및 세율의 윗부분에 고세율(0.75~1%)의 종부세 과표구간 및 세율이 옮겨 오게 될 공산이 크다. 겉보기엔 재산세 최고 세율이 올라가는 모양새가 되지만 이는 세목 통합에 따른 형식적인 변화일 뿐 현재 공시가격 6억원 미만 주택에 살면서 재산세만 내고 있는 이들의 세 부담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지방재정 손실 불가피?

현재 전액 '균형 재원(자체 수입이 적은 지자체에 더 많은 비율을 배정하는 교부세)'으로 쓰이고 있는 종부세를 덜 걷거나 없애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일부 지방정부 수입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결국은 재산세를 인상 조정할 것이란 게 '불가피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강 장관은 "내년 예산에 지자체에 대한 보조금을 2조원 이상 늘렸고 교부세도 4조원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종부세율 인하에 따른 감소분 1조8000억원을 빼더라도 지방에 내려가는 재원은 증가하게 된다"며 "2010년 이후에도 지방 재정에 주름이 가는 일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지방교부세 산출 비율을 조정해 근본적으로 지방 재정에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지방교부세는 목적세 종부세 등을 제외한 내국세액 합계에 19.24%(2008년 25조7797억원)를 각 지자체에 나눠 주고 있다. 2010년 각종 목적세가 본세에 통합되면 지방교부세 산정의 모수(母數) 자체가 불어나는 데다 법정 계산비율을 조정할 때 균형 재원 감소분을 반영시킨다는 것이다.

차기현/김인식 기자 khcha@hankyung.com

< 용어 풀이 >

공정시장가액(fair market value)=보유세 징수를 위해 새로 만드는 과표 산정 기준이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공시가격을 근거로 보유세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종부세)와 행정안전부(재산세)가 일정 범위 내에서 시가 반영률을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