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내달 13일부터 공매도를 규제키로 한 것은 증시 안정을 위해 외국인의 주식 매도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공매도가 집중되는 종목의 거래를 일정 기간 금지키로 한 것은 외국인의 매도를 어느 정도 진정시켜 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공매도 '냉각기간' 효과 기대

공매도 집중종목에 대한 공매도 거래를 일시 금지시키는 '냉각기간' 제도의 시행은 예상밖 강수로 평가된다. 그간 금융위는 공매도가 주가를 하락시킨다는 우려가 검증되지 않아 과격한 규제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 잇따라 규제를 강화 중인 점이 감안된 것으로 관측된다.

냉각기간은 20거래일간 특정 종목의 공매도 금액이 전체 거래금액의 5%(코스닥 3%)를 초과할 경우 10거래일간 설정된다. 10거래일 뒤에도 공매도 비중이 한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냉각기간이 연장된다.

또 지금은 외국인이 주식을 빌릴 때 110%가 적용되는 등 투자자별 담보비율이 90~110%이지만 앞으로는 140% 선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매도의 반대개념으로 볼 수 있는 신용거래의 담보설정비율이 140%라는 점을 고려해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담보비율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현황에 대한 공시도 강화된다. 예탁원 증권금융 증권사 등에서 따로 발표 중인 공매도 통계들이 내달 구축되는 대차거래 정보시스템으로 집중돼 외국인이나 기관별 공매도 규모를 알 수 있게 된다. 다만 개별 투자자별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공매도 투자자의 결제불이행 가능성에 대한 확인절차도 강화된다. 지금은 신용이 좋은 적격 기관투자가는 증권사 재량으로 확인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후확인을 의무화하고 정기적인 점검도 해 나갈 계획이다.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외국인 불법 공매도 다수 확인

금융당국의 강수는 시장과 가격을 왜곡시키는 불법 공매도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금감원이 최근 지난달 26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증권사와 증권 유관기관들을 상대로 대규모 공매도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많은 규정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주요 기관투자가의 매도주문 중 상당수가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해당 증권사에 위반내역의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공매도 주문시 일반매도 주문과 구별해 공매도로 호가표시를 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제일 많았다. 공매도 호가를 시세보다 높게 해야 한다는 '업틱룰'을 어긴 사례도 발견됐고,결제불이행 위험 때문에 금지하고 있는 사전 차입없는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주문까지 적발됐다. 송경철 금감원 부원장은 "해당 증권사에 대한 확인 절차와 함께 제재심의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 기관 경고 등의 제재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주 수급개선 기대

이번 조치는 공매도로 인한 시장교란 행위를 방지하는 데 일정한 효력을 발휘할 것이란 분석이다. 임태근 대우증권 연구원은 "신규 공매도 물량이 출회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돼 미국 증시와 금융위기에 과민하게 반응해 온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도 "개별주식선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매도 규제의 수혜주는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는 40여개 안팎의 대형주들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위는 지난 18일 기준으로 45개 대형주들의 공매도 중지대상이라고 설명했다. 23일 기준으로는 거래소 33곳,코스닥 6곳 등 39개 종목이 해당된다. 실제 대상은 9월11일부터 10월10일까지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확정된다.

최근 20거래일을 기준으로 보면 에쓰오일 LG전자 현대중공업 호남석유 ㈜LG 한진해운 등이 10% 이상의 높은 공매도 비중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메가스터디 신세계푸드 에스에프에이 NHN 태웅 케이프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백광엽/장경영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