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잘못하고 절에 가면 그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난감하다는 입장만 전했다고 알아두세요. 공식적인 입장 표명 같은 것은 없습니다. "
미국산 쇠고기수입반대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지 4일째인 25일.이 위원장의 피신을 받아들였는지 여부를 재차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계사 관계자는 난감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농성단의 무기한 농성으로 신도들의 공간이 돼야 할 조계사가 '시위꾼'들의 투쟁기지가 돼버린 마당에 노동투쟁의 상징적 존재인 이 위원장마저 여기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조계사 측은 경내로 들어온 이 위원장에게 당일 '이 위원장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연일 이 위원장의 경내 잔류문제를 놓고 장시간 내부 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조계사 측은 이러기도 저러기도 부담스러운 듯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한동안은 바짝 엎드린 모습을 보였다. 조계사 피신 이틀째인 23일 입고 있던 면바지를 불교신도들이 주로 입는 법복바지로 갈아입고 고무신을 신은 채 지나가는 스님들에게 깍듯이 합장하며 인사해 최대한 동화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민주노총 측은 부담스러워하는 조계사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갈 데가 없다'는 이유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눌러 앉아버렸다. 심지어 촛불농성장을 민주노총의 새 사무실로 삼으려는 듯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단위대표자들을 불러들여 투쟁계획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당분간 조계사에 머무르며 하반기 투쟁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록 조계사 측의 분위기를 의식해 취소하긴 했지만 이 위원장은 기자간담회까지 갖고 하반기 투쟁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려 했었다. 한마디로 사찰을 노동투쟁의 전진기지로 변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를 지켜본 한 신도는 "과거 독재정권 아래의 민주투사도 아닌 사람이 종교에 숨어드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며 "잘못을 저질렀으면 정정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박민제 사회부 기자 pmj53@hankyung.com
미국산 쇠고기수입반대 총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지 4일째인 25일.이 위원장의 피신을 받아들였는지 여부를 재차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계사 관계자는 난감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농성단의 무기한 농성으로 신도들의 공간이 돼야 할 조계사가 '시위꾼'들의 투쟁기지가 돼버린 마당에 노동투쟁의 상징적 존재인 이 위원장마저 여기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조계사 측은 경내로 들어온 이 위원장에게 당일 '이 위원장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연일 이 위원장의 경내 잔류문제를 놓고 장시간 내부 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조계사 측은 이러기도 저러기도 부담스러운 듯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한동안은 바짝 엎드린 모습을 보였다. 조계사 피신 이틀째인 23일 입고 있던 면바지를 불교신도들이 주로 입는 법복바지로 갈아입고 고무신을 신은 채 지나가는 스님들에게 깍듯이 합장하며 인사해 최대한 동화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민주노총 측은 부담스러워하는 조계사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갈 데가 없다'는 이유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눌러 앉아버렸다. 심지어 촛불농성장을 민주노총의 새 사무실로 삼으려는 듯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단위대표자들을 불러들여 투쟁계획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당분간 조계사에 머무르며 하반기 투쟁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록 조계사 측의 분위기를 의식해 취소하긴 했지만 이 위원장은 기자간담회까지 갖고 하반기 투쟁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려 했었다. 한마디로 사찰을 노동투쟁의 전진기지로 변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를 지켜본 한 신도는 "과거 독재정권 아래의 민주투사도 아닌 사람이 종교에 숨어드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며 "잘못을 저질렀으면 정정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박민제 사회부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