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씨 소설집 '위험한 독서' … 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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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씨(37)의 소설집 <위험한 독서>(문학동네)에는 술술 잘 읽히는 단편 8편이 포진해 있다.
표제작 <위험한 독서>는 책을 통해 피상담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독서치료사의 이야기다. 독서치료사인 '나'의 시야에서 인간은 책으로 변환되며,읽어내야 할 존재가 된다. 첫인상이 '한 번 훑어보기만 하면 두 번 다시 들춰볼 일 없을 것처럼 평범해 보이는 책'같던 한 여성 피상담자,7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의 배신을 알아차렸지만 쉽사리 이별을 통보하지 못하는 답답한 여자….하지만 독서치료사는 곧 이 밋밋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책'의 속삭임을 느낀다. '나를 읽어봐,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봐.순진한 당신의 속삭임은 차라리 외설스러울 지경이다. '
상담이 끝나면서 다시는 '순진하고 외설스럽게 속삭이는' 피상담자를 대면해 읽어낼 수 없게 된 독서치료사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스토킹에 가까운 위험한 독서에 빠져든다.
<위험한 독서>가 읽는 행위를 말한다면 또다른 수록작 <천년여왕>은 창작을 이야기한다. 난생 처음 쓴 소설이 뜻밖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고무된 '나'는 창작열을 맘껏 불사르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귀농하기로 결심한다. '오늘이 어제와 다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새로 태어난 문장뿐'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열심히 원고를 완성해 아내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가 지망생 남편보다 문학에 박식한 아내는 '나'의 원고들을 어디서 본 듯하다고 지적한다. '나'는 '직장을 때려치울 때의 자신감과 패기를 야금야금 좀먹는 바닥 모를 실추'에 시달리게 된다.
<황홀한 사춘기>도 일독할 만한 단편이다.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에서 재수생활을 해야 하는 '나'의 처지는 사법연수원과 의대에 자리잡은 잘난 형과 누나 때문에 더 비루해 보인다. 유전학적으로 가족 중 '나'와 가장 유사한 아버지 또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어머니의 진노를 산 상태다. 삐걱대는 사춘기는 어떻게든 지나가고,대책없는 부모의 불화는 어떻게든 결론을 맺는다. 그 과정을 구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부족함 없이 딱 떨어지는 결말이 깔끔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표제작 <위험한 독서>는 책을 통해 피상담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독서치료사의 이야기다. 독서치료사인 '나'의 시야에서 인간은 책으로 변환되며,읽어내야 할 존재가 된다. 첫인상이 '한 번 훑어보기만 하면 두 번 다시 들춰볼 일 없을 것처럼 평범해 보이는 책'같던 한 여성 피상담자,7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의 배신을 알아차렸지만 쉽사리 이별을 통보하지 못하는 답답한 여자….하지만 독서치료사는 곧 이 밋밋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책'의 속삭임을 느낀다. '나를 읽어봐,주저하지 말고 나를 읽어봐.순진한 당신의 속삭임은 차라리 외설스러울 지경이다. '
상담이 끝나면서 다시는 '순진하고 외설스럽게 속삭이는' 피상담자를 대면해 읽어낼 수 없게 된 독서치료사는 인터넷을 뒤져가며 스토킹에 가까운 위험한 독서에 빠져든다.
<위험한 독서>가 읽는 행위를 말한다면 또다른 수록작 <천년여왕>은 창작을 이야기한다. 난생 처음 쓴 소설이 뜻밖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고무된 '나'는 창작열을 맘껏 불사르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귀농하기로 결심한다. '오늘이 어제와 다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새로 태어난 문장뿐'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열심히 원고를 완성해 아내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소설가 지망생 남편보다 문학에 박식한 아내는 '나'의 원고들을 어디서 본 듯하다고 지적한다. '나'는 '직장을 때려치울 때의 자신감과 패기를 야금야금 좀먹는 바닥 모를 실추'에 시달리게 된다.
<황홀한 사춘기>도 일독할 만한 단편이다.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에서 재수생활을 해야 하는 '나'의 처지는 사법연수원과 의대에 자리잡은 잘난 형과 누나 때문에 더 비루해 보인다. 유전학적으로 가족 중 '나'와 가장 유사한 아버지 또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 어머니의 진노를 산 상태다. 삐걱대는 사춘기는 어떻게든 지나가고,대책없는 부모의 불화는 어떻게든 결론을 맺는다. 그 과정을 구질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부족함 없이 딱 떨어지는 결말이 깔끔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