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중종은 '술의 폐해를 논하라'는 책문을 내렸다. "아랫사람들이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탓에 그 폐단이 이만저만이 아니며,술에 빠져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술에 중독되어 품위를 망치는 사람도 있다. 금주령을 내려도 민간에서 끊임없이 술을 빚어 곡식이 다 없어질 지경이다. 이를 구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하는 것이 책문의 내용이었다. 술의 심각성을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그 대책은 무엇이었을까. 임금이 진정한 마음으로 백성들을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폐단을 고치려면 윗사람이 나서야,아래에 있는 사람도 마음을 바르게 세워 습관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술이란 제사를 위한 것이지 놀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윗사람의 도덕성과 솔선수범만을 내세웠다.

요즘 논의되는 죄악세(sin tax)와는 영 딴판이다. 죄악세는 사회적 폐해를 유발하는 술과 담배 등에 붙이는 세금으로 징벌적 성격이 강한 편이다. 지난 3월 영국에서는 술은 물론이고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비닐까지도 죄악세를 물린다고 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전적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이다. 어떻게든 알코올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도이나 중독자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형편이어서 각국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도 음주문제는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통계청 조사엔 하루 평균 13명이 술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올바른 음주문화의 정착이 시급한 시점인데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 조례를 만들고 있다. 서울 성북구과 부산 연제구 의회는 공청회를 갖고 금주지역 지정과 주류 광고규제를 내용으로 한 강제규정을 검토중이다. 일각에서는 죄악세 신설도 제기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술은 적게 먹으면 약주요,많이 먹으면 망주'하고 한다. 음주로 인한 신체적ㆍ정신적 폐해를 줄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절제 외에 다른 방도가 있을까 싶다. '절제는 최선의 양약'이라고 하지 않는가.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