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일어난 것은 감정평가의 잘못이 큽니다. 통일된 감정 기준이 없어 은행 등 기관에서 과다 평가된 액수에 대해 이의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했던 거죠."

엘빈 페르난데스 국제평가기준위원회(IVSC) 의장(59)은 25일 기자와 만나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국제평가 기준의 확립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자산평가회사인 콩앤드자파(Khong & Jaafar) 그룹의 경영이사인 페르난데스 의장은 사단법인 한국감정평가협회가 한국경제신문사 국토해양부 후원으로 주최한 '제24차 범태평양부동산감정평가회의(PPC)' 참석차 방한 중이다.

페르난데스 의장은 "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감정평가사를 대표하는 협회가 한 곳밖에 없지만 미국은 여러 협회가 난립해 있다"며 "이에 따라 감정평가와 관련된 규정과 규칙들도 다양해 금융권에서 적용되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악재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국제평가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의장은 "현재도 국제평가 기준이 있지만 세계화 추세에 맞도록 개정하고 있다"며 "여기에 맞춰 감정평가를 한다면 객관성을 높일 수 있고 이를 벗어나 가격을 높이는 등의 행위에 책임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까지도 국내 기준을 앞세우는 나라가 많지만 점차 국제평가 기준이 세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의장은 한국 주택가격에도 다소 거품이 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의 상업용 부동산은 별 문제가 없지만 주택에는 거품이 있어 보인다"며 "그러나 시장을 통해 충분히 조정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의장은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말레이시아 평가위원회 위원 및 집행위원을 지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국제평가기준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