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IB(투자은행)의 몰락은 '헤지펀드형 IB'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지 IB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

김형태 증권연구원장은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미국계 IB의 위기로 인해 국내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연기나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원장은 "골드만삭스는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50∼60%밖에 안 돼 만일 한국의 증권사였다면 일찌감치 경고를 받거나 퇴출됐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한국 상황에 맞는 IB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에 따르면 미국의 IB들은 그동안 정부의 규제 공백을 틈타 자기자본의 30∼50배에 이르는 자금을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오다 파국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기초자산을 갖고 4∼5차례 유동화를 하는 등 레버리지를 쌓았고 위험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한국은 증권사의 영업용 순자본비율을 300%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어(자통법에선 200%로 조정)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별도의 자산유동화 법률도 있어 미국과 같은 위험 요인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은 영업용순자본을 보유 위험금액(손실가능액)으로 나눈 것으로,증권사 재무건전성의 척도로 활용된다.

그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교훈은 IB는 위험하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위험관리와 규제 체제에서 IB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며 "업계가 한국 특성에 맞는 다양한 IB를 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 IB시장은 미국에서 5∼10위권에 있는 제퍼리스 라자드 FBR 등과 금융지주사로 새출발하는 골드만삭스 등 기존 대형사 및 칼라일 같은 PEF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중국과 일본이 미국계 IB에 투자하는 등 이번 사태를 잘 활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