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5일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선(先) 수용,후(後) 조정'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0월 국무회의에서는 현재의 입법 예고안 그대로 의결하도록 하되 추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할 게 있으면 손질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종부세 개편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정리했다. 이 대통령의 경고메시지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 원안론을 고수한 박희태 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수정론을 주장한 홍준표 원내대표가 어제(24일) 비공개 회의에서 일단 정부의 개편안을 원안대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임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결과) 생각했던 것보다는 반발이 적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적지 않은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원안 수용을 결정한 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마냥 반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세금체계를 바로 잡는다는 종부세 개편의 원칙이 훼손돼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것도 한 요인이다.

특히 종부세 완화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다는 점도 정부안을 받아들이는 데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많다. 차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대야 협상용 카드'를 많이 남겨둬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당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당정회의에서 나왔던 안보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이 훨씬 강해진 것도 이 같은 국회 내 반발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종부세 완화로 인해 지방보조금 부족금 문제 등이 집중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번 주말께 이뤄질 추가 당정협의 과정에서 보완책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이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데다 한나라당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앞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의 논의 과정에서 과세 기준이 9억원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창재/김유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