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성분이 검출된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와 같은 분유를 사용한 '오트웰'도 검사 중입니까?" "대만에서 문제가 된 멜라민 함유 커피프림이 국내에 반입됐는데 유통 단속은 이뤄졌나요?"(기자)

"아,'오투웰'도 같은 성분을 쓴 제품인가요? 바로 수거해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커피프림은 현재 파악 중이라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네요.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국장)

25일 서울 불광동 식약청에서 국내 가공식품 멜라민 검사 결과를 발표하던 최 국장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땀을 흘렸다. 충실(?)하게 준비한 브리핑 자료만 읽어내려가던 그는 앞으로 초ㆍ중ㆍ고교 앞 '무국적 식품' 판매 단속과 추가 수거검사 물량 등에 대해선 '현재 파악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갔다. 멜라민 파동에 늑장 대처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왜 서둘러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설마 멜라민을 음식에 사용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해 이전에도 검사하지 않았다"고 말해 기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올 들어 잇따라 식품안전 사고로 식품업계나 소비자들이나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늑장 대처로 비난을 사온 식약청은 이번에도 별로 변한 게 없는 모습이다.

중국에서 '멜라민 분유'사건을 공식발표한 것은 지난 12일.식약청은 닷새가 지난 17일에서야 각 지방청과 수입식품검사소,검역소에 '수입식품 등 무작위 표본검사 강화 지시' 공문을 서둘러 발송하고 24일에야 중국산 분유가 함유된 제품의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다. 일본,홍콩이 중국발 멜라민 소식을 접한 뒤 시중에 유통된 제품을 즉시 수거하고 며칠 뒤 멜라민 의심 제품을 전면 수입금지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식약청은 끝내 중국산 유제품이 들어간 다른 제품과 제조업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사먹지 말라는 얘기다. 보건당국의 최고책임자는 뒤로 숨고,실무자는 '사오정'식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한 입맛이 가시지 않는 하루였다.

장성호 생활경제부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