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화학제품 원료로 각광
수출가격 올들어 2배 급등
유화업계 캐시카우 자리매김


세탁 표백 등에 주로 사용되던 강알칼리성 독극물인 양잿물(가성소다·NAOH)이 최근 석유화학 업계의 고부가가치 수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부품 외장재로 많이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PC) 등 고가 화학제품의 필수 중간 원료로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에틸렌클로라이드(EDC)나 폴리염화비닐(PVC) 등 화학제품 생산 과정에서 소금과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값싼 부산물로만 여겨졌던 가성소다는 올 들어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국내 생산업체들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잡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시장에서 형성된 가성소다의 북미 수출가격은 지난 1월 t당 450달러에서 이달 들어 900달러로 2배 뛰었다. 작년 초 국제시장에서 형성된 수출가격인 t당 270달러와 비교하면 233%나 치솟은 수준이다.

가성소다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유가 여파 등으로 전기값이 올라 유럽 지역의 전해조 설비(전기분해 시설)가 가동을 멈춘 데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축자재인 PVC 생산이 줄면서 부산물인 가성소다 생산량도 급감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가성소다 수요는 고가 화학제품의 중간원료로 용도가 다양화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성소다 수출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성소다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한화석유화학 LG화학 삼성정밀화학 동양제철화학 백광산업 등 5개 기업이 가성소다를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소다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쓸모없는 산업용 부산물로 인식돼 최소한의 원료비만 받고 거의 공짜로 업체들에 제공했다"며 "최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가성소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금과 전기가 안정적 가격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원가 부담도 덜해 수익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체 가성소다 생산량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석유화학은 지난해 총 77만t의 가성소다를 생산해 이 중 30만t을 해외에 수출했다. 가성소다 가격이 꾸준히 오른 덕에 가성소다 부문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량에 달한다. 작년 회사 전체 매출액(2조4850억원) 중 2500억원 가까이를 가성소다 판매를 통해 얻었다. 회사 측은 올해 35만t의 수출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석유화학 관계자는 "작년 이후 가성소다 국제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타다가 올 들어 폭등하면서 가성소다 사업부문의 수익구조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며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가성소다의 국제적인 수급 불안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수출량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