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유독 막걸리와 파전이 먹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금방 부쳐낸 파전과 함께 걸죽한 막걸리 한 잔은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왜 비오는 날 막걸리와 파전이 더 당길까.

이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있다. 우선,감성적 분석이다. 기름에 파전을 부칠 때 지글대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시골 마루에 앉아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부침개를 부쳐먹던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겐 꽤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의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습도가 높아지면 인체의 혈당이 떨어지는데,혈당치를 높여 주는 식품으로 밀가루가 제격이라는 것.밀가루의 탄수화물이 사람 몸속에 들어가면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푸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6% 정도로 낮고 단백질을 비롯 이노시톨,비타민B,콜린 등 영양분이 풍부하며 새콤한 맛을 내는 유기산도 들어 있어 갈증을 덜어준다.

김혜정 마리한의원(서울 청담동) 원장은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과 비타민B는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란 성분이 있는데 밀가루와 막걸리에 많이 함유돼 있다"며 "밀가루는 가슴이 화끈거리고 답답한 증상을 풀어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밀가루 음식과 막걸리가 높은 습도와 지친 몸의 열기를 잠시나마 식혀주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고(高)물가와 우울한 뉴스로 짜증나는 요즘,비가 내릴 때 파전을 안주 삼아 막걸리 잔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