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가 중국에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들여온 과자 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됨에 따라 식품업체들의 허술한 품질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태제과는 이번에 문제가 된 OEM 공장에 상주 관리직원조차 두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도 대형 식품업체들조차 원료 조달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품 메이커가 자사 제품의 원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보건당국의 관리ㆍ감독도 부실하니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커질 수밖에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검사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는 2005년부터 중국 톈진 가련화국제유한공사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해 국내에서 판매해 온 것.그러나 현지 OEM 공장을 감독한 해태제과는 상주 직원을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연간 매출이 10억원에 불과한 제품이어서 상주 관리직원을 두지 않았다"며 "대신 본사 직원이 1~2개월에 한 번씩 OEM 공장을 방문해 공장 가동 상황을 부정기적으로 점검해 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제가 된 중국산 탈지분유 조달 내역에 대해선 정기적인 관리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가 중국에 자체 공장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본사 인력들이 주요 간부를 맡고 있어서 그나마 관리가 이뤄진다"며 "그러나 OEM 공장은 거의 관리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가공식품일지라도 '안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식품 메이커들이 협력업체들로부터 원료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지만,협력업체들이 만든 중간 원료에 쓰이는 원료는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되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예를 들어 A업체가 B협력업체로부터 시즈닝(양념류)을 공급받고 있는 경우,A사는 B사가 시즈닝에 들어간 유당 등을 어디서 조달하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얘기다. 롯데제과,오리온 등 대형 제과업체들이 협력업체들을 대상으로 중국산 분유 제품을 사용했는지 긴급 조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대형 식품업체 관계자는 "솔직히 협력업체의 원료 조달 내역에 대한 정기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감이 없지 않다"고 털어 놨다.
한편 식약청은 멜라민 검출과 관련해 회수ㆍ폐기 대상 중국산 수입 과자류가 25일 현재 5품목 134t에 이른다고 밝혔다. 회수대상 제품은 해태제과에 납품된 톈진 가련화국제유한공사의 '미사랑 카스타드'(77t),'미사랑 코코넛'(12t)과 ㈜제이앤제인터내셔널이 수입한 캄타이 인베스트먼트 트레이딩의 '밀크러스크'(14t),'데니쉬 버터쿠키'(30t),'포테이토 크래커'(0.5t)이다. 식약청은 5개 품목 외에도 제조회사가 동일하고 유가공품을 함유한 제품은 회수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다.
해태제과는 '미사랑 카스타드'와 같은 분유가 사용된 중국산 '오트웰' 제품 약 2만 박스를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