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도…맛도…색깔도… 식탁위의 오페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W호텔 총주방장 키아란 히키의 '죽기전에 맛 봐야할 101가지'
지난 17일 저녁 6시30분. 서울 광장동 W호텔 1층 레스토랑 '키친'은 평일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더니 저녁 7시가 되자 '죽기 전에 맛봐야 할 101가지' 제5회 행사가 시작됐다. 101가지는 식재료의 종류를 가리키는 말로,이 호텔의 총주방장인 키아란 히키(43)가 엄선한 최고급 재료로 만든 요리를 맛보는 행사다. 아일랜드 출신 키아란 히키 총주방장은 런던,뉴욕,이스탄불,바하마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포시즌스호텔에서 근무했다. 특히 그가 1999~2003년까지 총주방장으로 일했던 터키의 이스탄불 포시즌스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자갓'지(誌)로부터 이스탄불 최고 레스토랑(2001년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키친'에서 두 달에 한 번만 열리고 있는 이 행사에선 주방에서 요리하는 과정을 레스토랑 곳곳에 설치한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요리는 '그린 렌틸콩과 수박 젤리를 곁들인 꿩과 메추리 발로틴'.발로틴은 뼈를 제거한 후 살코기를 뭉친 뒤 껍질로 감싸 삶은 요리다.
"꿩과 메추리의 살을 발라 내고 껍질로 말아서 삶았습니다. 불필요한 기름기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고 육즙을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견과류를 살 속에 넣었는데 가금류 특유의 냄새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죠." 이 요리에선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렌틸콩이 눈에 띈다. 한국의 녹두 크기 정도인 작은 사이즈의 마른 콩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히키는 설명했다.
두번째 요리는 '송로버섯 푸아그라 라비올리를 곁들인 자연 송이 콘소메'.콘소메는 프랑스식 맑은 수프를 가리킨다. 북한산 자연송이를 넣어 버섯향이 풍부했고 이탈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 속에 들어간 프랑스산 푸아그라의 고소함과 잘 어울렸다. 히키는 "이 요리는 시간 계산이 특히 중요하다"며 "행사 전 미리 조리한 후 행사 시작 30분 전 다시 버섯을 넣고 끓여 향이 최고조일 때 맛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레몬 바질,구운 토마토,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호주산 바라문디 파피요트'.요리가 서빙되자마자 먹으려 하니 히키는 '겉의 종이는 먹으면 안된다'며 말렸다. "'파피요트'란 종이에 싸서 요리하는 이탈리아식 조리법을 말합니다. 종이에도 오일을 발라 종이가 오븐 속에서 타지 않도록 했습니다. 오일은 종이의 미세한 구멍을 막아줘 열을 보존하기도 하죠.호주산 흰살 생선인 바라문디엔 올리브 오일과 허브를 넣어 비린내를 없앴습니다. 파피요트 형식의 요리는 종이 속 재료의 풍미를 보존하기에 좋습니다. 먹는 이들은 '종이를 개봉해야 한다'는 요리의 마지막 단계에 참여하는 재미도 있죠.(웃음)"
이어 등장한 '오징어 먹물 리조토와 일본식 단새우' 요리는 검게 물든 쌀과 하얀색 새우살의 색감 대조가 눈길을 끈다. "단새우는 보통 날 것으로 먹습니다. 이번 요리에선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살짝 익혀 살아있는 단새우의 맛을 살렸죠.또 카푸치노 거품을 넣어 리조토가 한층 부드럽습니다. "
메인 요리는 '포치니 버섯,양파 파시,파슬리 거품을 곁들인 송아지 갈빗살 구이'.송아지 갈빗살을 실로 감아 둥글게 만든 다음 오븐에 구웠다. 파시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유래된 요리로 어린 채소의 속을 채워서 구운 요리를 말한다. "우유를 먹여 키운 최고급 송아지 갈빗살을 사용했고 양파 속엔 좁쌀,보리 등을 넣었습니다. 육류와 양파의 궁합은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어요. 서로의 향을 중화시키고 양파 속의 곡물은 영양을 더해주죠."
이어 마지막 코스로 디저트가 서빙됐다. '구운 바나나를 넣은 아이스크림과 아바나 클럽 7년산 럼 시럽이 어우러진 캐러비안산 과하나 초콜릿 샬롯'.히키는 "온두라스 해안 과나하섬에 있는 발로나에서 만든 최고급 초콜릿으로 꽃과 과일향이 인상적"이라며 "초콜릿 특유의 진한 맛과 부드러운 바나나,럼 시럽이 어우러져 코스의 끝을 달콤하게 마무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예정된 종료 시간(밤 9시30분)을 훌쩍 넘겨 10시40분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사가 끝난 후 히키에게 정말로 101가지 재료를 사용하냐고 묻자 그는 "101이란 숫자는 많지만 특정한 숫자로 지정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이라며 "그만큼 많은 식재료를 사용했기에 붙인 제목"이라고 답했다.
'죽기 전에 맛봐야 할 101가지'는 오는 11월19일 6번째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히키는 11월 행사에 선보일 메뉴를 살짝 귀띔해줬다. "신선한 송로 버섯,캐나다산 랍스터,일본산 복어,횡성한우 안심,참치 뱃살 등을 주재료로 한 요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지막 행사인 만큼 최고의 재료를 엄선했죠.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지난 17일 저녁 6시30분. 서울 광장동 W호텔 1층 레스토랑 '키친'은 평일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직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더니 저녁 7시가 되자 '죽기 전에 맛봐야 할 101가지' 제5회 행사가 시작됐다. 101가지는 식재료의 종류를 가리키는 말로,이 호텔의 총주방장인 키아란 히키(43)가 엄선한 최고급 재료로 만든 요리를 맛보는 행사다. 아일랜드 출신 키아란 히키 총주방장은 런던,뉴욕,이스탄불,바하마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포시즌스호텔에서 근무했다. 특히 그가 1999~2003년까지 총주방장으로 일했던 터키의 이스탄불 포시즌스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인 '자갓'지(誌)로부터 이스탄불 최고 레스토랑(2001년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키친'에서 두 달에 한 번만 열리고 있는 이 행사에선 주방에서 요리하는 과정을 레스토랑 곳곳에 설치한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요리는 '그린 렌틸콩과 수박 젤리를 곁들인 꿩과 메추리 발로틴'.발로틴은 뼈를 제거한 후 살코기를 뭉친 뒤 껍질로 감싸 삶은 요리다.
"꿩과 메추리의 살을 발라 내고 껍질로 말아서 삶았습니다. 불필요한 기름기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고 육즙을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견과류를 살 속에 넣었는데 가금류 특유의 냄새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죠." 이 요리에선 프랑스에서 공수해온 렌틸콩이 눈에 띈다. 한국의 녹두 크기 정도인 작은 사이즈의 마른 콩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히키는 설명했다.
두번째 요리는 '송로버섯 푸아그라 라비올리를 곁들인 자연 송이 콘소메'.콘소메는 프랑스식 맑은 수프를 가리킨다. 북한산 자연송이를 넣어 버섯향이 풍부했고 이탈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 속에 들어간 프랑스산 푸아그라의 고소함과 잘 어울렸다. 히키는 "이 요리는 시간 계산이 특히 중요하다"며 "행사 전 미리 조리한 후 행사 시작 30분 전 다시 버섯을 넣고 끓여 향이 최고조일 때 맛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레몬 바질,구운 토마토,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호주산 바라문디 파피요트'.요리가 서빙되자마자 먹으려 하니 히키는 '겉의 종이는 먹으면 안된다'며 말렸다. "'파피요트'란 종이에 싸서 요리하는 이탈리아식 조리법을 말합니다. 종이에도 오일을 발라 종이가 오븐 속에서 타지 않도록 했습니다. 오일은 종이의 미세한 구멍을 막아줘 열을 보존하기도 하죠.호주산 흰살 생선인 바라문디엔 올리브 오일과 허브를 넣어 비린내를 없앴습니다. 파피요트 형식의 요리는 종이 속 재료의 풍미를 보존하기에 좋습니다. 먹는 이들은 '종이를 개봉해야 한다'는 요리의 마지막 단계에 참여하는 재미도 있죠.(웃음)"
이어 등장한 '오징어 먹물 리조토와 일본식 단새우' 요리는 검게 물든 쌀과 하얀색 새우살의 색감 대조가 눈길을 끈다. "단새우는 보통 날 것으로 먹습니다. 이번 요리에선 신선함을 살리기 위해 살짝 익혀 살아있는 단새우의 맛을 살렸죠.또 카푸치노 거품을 넣어 리조토가 한층 부드럽습니다. "
메인 요리는 '포치니 버섯,양파 파시,파슬리 거품을 곁들인 송아지 갈빗살 구이'.송아지 갈빗살을 실로 감아 둥글게 만든 다음 오븐에 구웠다. 파시란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유래된 요리로 어린 채소의 속을 채워서 구운 요리를 말한다. "우유를 먹여 키운 최고급 송아지 갈빗살을 사용했고 양파 속엔 좁쌀,보리 등을 넣었습니다. 육류와 양파의 궁합은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어요. 서로의 향을 중화시키고 양파 속의 곡물은 영양을 더해주죠."
이어 마지막 코스로 디저트가 서빙됐다. '구운 바나나를 넣은 아이스크림과 아바나 클럽 7년산 럼 시럽이 어우러진 캐러비안산 과하나 초콜릿 샬롯'.히키는 "온두라스 해안 과나하섬에 있는 발로나에서 만든 최고급 초콜릿으로 꽃과 과일향이 인상적"이라며 "초콜릿 특유의 진한 맛과 부드러운 바나나,럼 시럽이 어우러져 코스의 끝을 달콤하게 마무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예정된 종료 시간(밤 9시30분)을 훌쩍 넘겨 10시40분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사가 끝난 후 히키에게 정말로 101가지 재료를 사용하냐고 묻자 그는 "101이란 숫자는 많지만 특정한 숫자로 지정할 수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이라며 "그만큼 많은 식재료를 사용했기에 붙인 제목"이라고 답했다.
'죽기 전에 맛봐야 할 101가지'는 오는 11월19일 6번째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히키는 11월 행사에 선보일 메뉴를 살짝 귀띔해줬다. "신선한 송로 버섯,캐나다산 랍스터,일본산 복어,횡성한우 안심,참치 뱃살 등을 주재료로 한 요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지막 행사인 만큼 최고의 재료를 엄선했죠.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