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가을 남자의 가슴을 파고 드는 위스키의 계절이 왔다. 오크향 그윽한 스카치 위스키가 바로 가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추수를 앞둔 황금 들녘을 연상시키는 빛깔이 그렇고,달콤한 사과향ㆍ국화향,그리고 낙엽을 태우는 듯한 스모크향도 가득하다. 비단처럼 부드럽게 혀에 감기는 스카치 위스키는 풍요로움이 빚어낸 산물이다.

한국인들은 숫자로 술을 마신다. 12년산,17년산,21년산 등 오래 될수록 귀한 술이란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명품 위스키의 진가는 블렌딩에 의해 결정된다. 절묘한 맛과 향의 조화는 바로 마스터 블렌더의 작품인 것이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발렌타인'과 '로얄 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인 샌디 히슬롭과 콜린 스콧을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에서 만나 블렌딩 비법과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는 법을 들어봤다.


◆블렌딩 비법과 연산 표기

스카치 위스키는 보리를 주원료로 숙성시킨 몰트 위스키와 옥수수 등을 원료로 숙성시킨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해 만든다. 몰트 위스키를 혼합하는 과정에는 40여곳 이상의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를 사용한다. 연산 표기는 반드시 하나의 숫자만 표기해야 한다. 가령 '발렌타인 21년'이라면 21년산 원액만으로 만든 게 아니라 그 안에 블렌딩한 원액의 연산이 최소 21년의 고품격 위스키란 뜻이다.

◆위스키 맛과 향을 극대화하려면

스카치 위스키는 스트레이트나 온더록스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리 마실 수 있다. 하지만 40도가 넘는 알코올 도수는 고유한 향과 맛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위스키와 물을 1 대 1로 섞어 마시는 게 좋다. 이런 방법을 응용하면 가짜 위스키도 쉽게 구별해낼 수 있다. 위스키와 물을 절반씩 섞은 후 맛을 보았을 때 맛ㆍ향 대신 역겨운 알코올 냄새만 난다면 가짜이거나 질이 낮은 술이다.

◆오감으로 즐겨라

위스키를 만드는 데 있어 "시간이 친구다"라는 말이 있다. 오크통에서 오랜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향이 깊고 강해지며 맛은 복잡해진다. 따라서 오감을 동원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잔을 비스듬히 기울여 황금빛 컬러를 감상하고 코로 향을 충분히 음미한 뒤 조금 마셔 혀를 휘감는 맛을 느껴본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을 즐겨야 한다.

키스(스코틀랜드)=한경준 기자 hkj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