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의 달러부족이 심화되면서 급기야 수출기업들로 불똥이 튀고 있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은행들이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기업들에 대한 외화대출 회수(回收)에 나서고 수출환어음 매입규모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스와프 시장에 다음 달 초까지 최소한 100억달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달러 자금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외환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외국인 주식매도 등에다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일어난 것이지만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은 상황을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수출환어음을 할인받기가 어려워지거나 그 환가료(이자)가 비싸지면 수출기업들로선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수출에 필요한 원자재나 설비를 사오기 어려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외환시장과 국제수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은행들도 당장의 사정이 급할 수 있다. 하지만 손쉽다고 외화대출을 회수하고, 수출환어음 매입을 축소해버리는 것이 은행에 이로운 것인지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비올 때 우산 뺏는 격이라는 비난은 둘째치더라도 자금이 돌지 않아 기업들이 타격을 받으면 결국 은행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국의 구제금융도 가닥이 잡히면서 어느정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좀 더 길게 보고 외화대출 회수나 수출환어음 매입 축소(縮小)를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금융당국도 외환보유액에 대한 불안감을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달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