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건설분야전문가, 한국 입찰방식에 '쓴소리'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옷을 사면 되겠습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공공건설 부문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고수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영국 재무부 산하 전문조달기관 OGC(Office of Government Commerce) 존 이오아누 건설담당 팀장은 공공부문 발주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26일 주장했다.

이오아누 팀장은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건설산업비전포럼의 '영국건설혁신 10년 성과와 한국건설산업 선진화 추진전략'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오아누 팀장은 "영국은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지 않으며 가격뿐만 아니라 디자인적 측면과 에너지절감 능력,유지ㆍ관리의 편리함,친환경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주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가 낙찰제가 건설업체를 선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국민들의 편의를 증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군부대를 지을 때 군인이 힘이 세고 활동적인 점을 감안해 문고리 하나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최저가 낙찰제로는 이런 점을 검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미나에 함께 참석한 영국 건설민간혁신위원회(CE) 돈 워드 최고경영자(CEO)도 이오아누 팀장의 주장을 거들었다. 그는 "최저가 낙찰제는 추가비용이 청구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공사비는 낙찰가보다 더 들게 된다"고 말했다. 워드 CEO는 최저가 낙찰제보다 '최고가치 낙찰제'를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리버풀에 지어진 환경친화적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더 높았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영국에서 건설산업 발전을 주도해온 워드 CEO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건설부문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정부 고위관리자와 정치인 등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며 민간부문의 경쟁력을 공공부문에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