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로 왔다 이주향 지음/ 시작/ 296쪽/ 1만1000원

요석과 원효의 인연은 겨우 사흘.'이슬 같고 번개 같은' 사랑의 끝에서 묻는다. "이제 가시면 언제 오시오?" "운수종적을 기약할 수 있소?그러나 세세생생의 맹약은 잊지 아니하리다. " 백작약 일곱 송이로 상징되는 그 사랑의 맹약이 이별을 더 가혹하게 한다.

이들의 '온전한 사랑'에 대해 철학자 이주향 교수는 <사랑이 내게로 왔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원효의 파계는 저 낮은 곳으로 내려오기 위한 계기였다. 그는 요석을 만나 욕정에 흔들리고 사흘 만에 후회한 무책임한 사내가 아니라 오욕칠정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피안을 보고 열반을 본 각자(覺者)였다. "

저자는 33편의 고전명작 속 커플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상의 고통을 나누고 영적 자유를 얻은 프란체스코와 클라라,전쟁도 불사하고 위험한 열정의 근원으로 뛰어든 파리스와 헬레네,분노로 딸을 버렸던 오구대왕과 태초의 사랑으로 관계를 극복한 바리공주,분노와 질투에 사로잡혀 사랑하는 여인 에스메랄다를 파멸로 이끈 프롤로….

주인공 여인들과 나눈 가상 인터뷰도 긴 여운을 남긴다. 문학과 사랑과 철학의 접점에서 피워올린 '아름다운 교양의 향연'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