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새 정부가 출범한 지 7달이 지난 상황임에도 여전히 '참여정부'가 화두에 올랐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비판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이 "과거 정권은 능력이 없어 어딘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계급적 선동을 통해 더 오래 집권할 지지기반을 만들 의도가 있었다"며 "재도약을 위해 포퓰리즘과 사회주의적 요소를 철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종부세와 전 정부의 성격을 연관시켜 공격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참여정부를 놓고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던 지난 5년간의 구도가 재연됐다.

정권이 교체되고 총선을 통해 의원들의 얼굴도 많이 바뀌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참여정부 설겆이'에 바쁘다. 쇠고기 논란 당시 '한·미 쇠고기 협상 내용의 대부분은 이전 정부에서 해놓은 것'이라는 여권의 주장으로 촉발된 설겆이론은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반복된다.

실제로 지난 9일 예결위에 나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야당 의원들이 '왜 국민의 세금을 한국전력 등에 밀어주느냐'고 따지자 "지난 정부의 전기ㆍ가스요금 가격 통제에 따라 올해 (한전과 가스공사에) 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부 각료에게 질의를 하거나 문제를 비판하면 '지난 정부 때부터 해온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다. 무책임한 물귀신 작전이지만 딱히 더 따질 구석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의원들이 정부에서 제출받아 쏟아내는 자료의 내용도 비슷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예산낭비부터 '참여정부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민중미술 구입 건수가 늘었다'는 지적까지 쏟아내며 지난 정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당 의원들은 조용하다.

발표하는 자료도 적지만 '신재생 에너지 중소기업 지원해야'(김진표) '국민임대주택 지원 확대해야'(김성순) 등 정부에 조언하는 내용이 많아 여야가 뒤바뀐 모습이다. 지식경제위 소속의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올해 국감에서 정부가 제출하는 자료는 2007년까지의 통계나 내용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정권교체 전의 자료밖에 안 넘어오니 정부를 공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참 애매한 국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가 뒤바뀐 역할에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것도 이유다. 기획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은 "여야가 바뀌었는데도 보좌진들 사이에 관성이 남아 지난 국회에서 하던 방향대로 정부를 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나라당은 정부를 방어하는 법을,민주당은 공격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참여정부 각료 출신의 한 초선의원도 최근 사석에서 "국장급 이하 실무진들은 대부분 내가 인사한 사람들이 남아 있더라"면서 "야당 의원이 됐다고 안면몰수하고 공격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고 난색을 드러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