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 나침반 민병문 지음/ 나남/ 433쪽/ 1만8000원

고희를 맞았지만 펜을 놓지 않고 최장기 재직 논설위원이자 최고령 현역 주필로 활약하고 있는 민병문 헤럴드경제신문 주필의 회고록.저자는 이 책에서 1964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한 이후 언론인으로 걸어온 삶과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소개하고 있다.

1984년부터 약 24년 동안 신문사 논설위원을 지낸 저자는 "논설위원은 언론인 가운데서도 독립된 직종"이라며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를 사회통념에 어긋나지 않게 분석ㆍ평가하고 대안 제시를 할 수 있어야 하고,사회정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필수"라고 말했다.

저자가 오랜 기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도 풀어낸다. 경제기자 등을 지내며 저자가 만난 경제인들 중 골프장 라운딩 후 목욕탕 세면대 앞에서 남이 쓰다 버린 일회용 면도기를 주워 서슴없이 수염을 쓱쓱 밀었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골프 클럽 선택과 치는 방법을 조합으로 치면 수없이 많을 텐데,그런 걸 연습하고 거기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해 본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골프를 기업경영하듯 했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외에도 저자는 국가 성장에 대한 의견,신문산업의 위기에 대한 생각 등을 들려준다.

책 표지는 올해 신영복 성공회대 명예교수가 저자에게 선물한 작품이다. 그림 옆에는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끝을 떨고 있습니다. 여윈 바늘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습니다. 만일 그 바늘끝이 불안스러워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합니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보고 저자가 '나침반은 언론인,전율하는 바늘은 언론인의 정론을 위한 몸부림이자 정의의 펜 끝'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책 제목으로 따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