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매수 나섰던 개인들 주가급락에 "또 물리나" 당혹

급변동하는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은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국면이기는 하지만 좀처럼 향후 장세에 확신이 서지 않아 투자자들은 기대와 불안이 수시로 교차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5일 코스피지수가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1500선을 탈환하자 '베어마켓 랠리(하락장 속 반짝 상승)' 기대로 매수에 나섰던 일부 투자자들은 26일 미 금융구제법안 처리가 돌연 지연되면서 지수가 다시 급락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인들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700억원 이상의 순매수세를 보인 터라 객장에서는 "또 물리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서울 강남에 있는 객장에 나온다는 개인사업자인 이한덕씨(52ㆍ가명)는 최근 투자자금의 30% 손실을 감수하고 중국펀드를 환매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증시가 회복될 때를 대비해 총알(현금)을 준비하느라 펀드를 환매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상승장을 확신할 수 없어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그간 손실폭이 너무 커 다시 매수에 나서기가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강남 신사동 객장에서 만난 전업투자자 장모씨(63)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중국펀드와 직접투자로 얼마나 손실을 봤는지 계산하기조차 싫다는 장씨는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되더라도 투자대상을 좁혀 정말 괜찮은 기업 한두 개만 골라 투자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상 대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코스피가 탄력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간 적이 없었다"면서 "환율이 올라도 수출기업들이 기를 못필 만큼 세계 경기가 안 좋다는데 미 구제금융법안 마련이나 영국 파이낸셜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 같은 호재가 나와도 큰 기대를 걸 수 있겠느냐"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주가가 조금만 더 오르면 주식을 팔겠다며 매도 시기만을 기다리는 투자자들도 있다. 장이 한창 좋던 2006년 여름 투자를 시작했다는 주부 허모씨(47)는 "지난해 말 지수가 하락할 때만 해도 곧 반등하리라 믿었지 조정이 이렇게 1년 가까이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가족 몰래 투자한 돈이 벌써 3000만원을 넘어 1600선만 돼도 주식을 모두 정리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박경 현대증권 신반포 지점장은 "개인들이 이달 19일 이후 1400 초중반에서 주식을 꽤 팔았다가 기관들의 매수로 지수가 1500선 가까이 근접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어제부터 다시 주식을 매입했다"면서 "이날 주가가 급락하자 결국 기관을 좇아 '물타기(주식 추가매수로 매입단가를 낮춤)'에 나섰다가 '또 우리만 물리는 것 아닌가'하며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우현 하나대투증권 압구정지점장은 "아직은 확신이 들지 않아 상승장이 본격화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이 상당수"라며 "이들은 기존 주식계좌에 아예 손을 대지 않거나 단기확정금리 상품이나 MMF(머니마켓펀드) 등에 현금을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투자설명회에 참석해보면 개인 고객들도 유가,환율,글로벌 경기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변동성이 심한 장일수록 더 꼼꼼하게 시황 및 기업 분석 자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중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과거처럼 휩쓸려 가지 않고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내리는 개인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개인들은 저점에서 팔고 고점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며 "현 지수에서 손실을 확정하면서까지 급히 손절매에 나서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문혜정 기자/채상원 인턴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