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보유액 긴급투입

정부가 '달러 기근' 해소를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100억달러 이상을 외환스와프시장에 투입키로 한 데 대해 시장에선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의 외평기금 투입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외화자금시장 패닉 다소 진정

은행들은 이번 정부 조치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은행 자금담당자는 "최근 1년물이나 1개월물은 고사하고 오버나이트(overnightㆍ하루짜리 달러차입)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해법은 결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풀어 달러를 공급하는 것뿐"이라며 "일단 최악의 달러 기근은 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이럴 때 쓰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쌓아놓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달러 공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꽁꽁 얼어붙어 있던 외화자금 시장도 패닉(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는 외환스와프시장에서 이날 스와프포인트(선물환율과 현물환율 간 차이)는 1개월물 기준으로 -1원50전을 기록했다. 지난 23일 -10원,24일 -8원,25일 -5원50전에 이어 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지금 당장 현물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로 그만큼 외화자금 사정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와프포인트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지난 16일 이전까지만 해도 플러스였지만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홍승모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차장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효과 얼마나 지속될까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7월 이후 두 달 가량 외환시장에 200억달러의 달러 매도 개입을 했지만 시장의 달러 부족 현상은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로 문제가 완전 해결됐다고 보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달러 기근을 견디지 못해 기업들에 대한 외화대출 회수에 이어 수출환어음 매입까지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미국 정부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조치가 의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되거나 지연될 경우 신용경색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00억달러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장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규모"라며 "모자라다면 추가 투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 성격인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될 경우가 문제다. 외환스와프시장 개입의 경우 달러가 영원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빌려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대여기간 동안에는 외환보유액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용위기가 더 커지고 외환보유액이 줄어든다면 정부의 달러 공급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