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 사업장에 자율복장을 허용했다는 소식이다. '예의에 어긋나거나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는'이란 단서가 붙었다지만 반듯한 정장을 고수했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기업에도 영향이 미칠 거라고 보면 남성 복장 전체에 상당한 변화가 일게 생겼다.

넥타이와 와이셔츠 시장은 위축되고 티셔츠와 남방,캐주얼재킷 시장은 바빠질 판이다. 다림질 걱정은 줄겠지만 옷값은 더 들고 남성 역시 오늘은 뭘 입어야 하나 고민할 가능성도 커졌다. 옷장 가득 옷인데도 입을 게 없다는 아내나 딸의 심정을 이해할 사람이 늘어날 수도 있다.

기업들이 복장 자율화를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옷차림에서부터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유도,보다 다양한 신제품 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 초 많은 기업에서 고객 응대 부서를 제외한 부문에서 캐주얼 복장을 허용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반응은 둘로 나뉜다. 자율이 지나친 나머지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아 보기 민망하다거나 옷이 흐트러지면 자세도 흐트러지니 곤란하다는 반대론과 편안하고 자유로워진 복장만큼 생각 또한 폭넓고 창조적이 된다는 찬성론이 그것이다. 부정적 시각 탓에 정장론이 득세한 곳도 있었다.

직장인의 탈(脫) 정장에 따른 비즈니스 캐주얼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문제는 기준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일반적 정의는 '격식에 얽매이진 않지만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예절바른 복장'이다. 무조건 편하게 입는 게 아니라 시간과 장소,목적,상대방을 염두에 둔 단정한 차림이란 뜻이다.

넥타이는 권위와 신뢰의 상징이자 절제와 인내의 상징이다. 풀면 참을성도 줄어들지 모른다. 게다가 갑작스런 자유복은 와이셔츠에 넥타이만 매면 됐던 이들에게 혼란과 당황스러움을 안길 수 있다.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눈살을 찌푸리기보다 최소한의 지침(드레스 코드)을 만들어주는 것도 괜찮다 싶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