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세운 한나라, 지난해 자료로 盧정권 실정 공격
어정쩡한 민주 "現정권 공격 자료 마땅찮아…"

18대 첫 정기국회에서 맞붙은 여야의 입장이 뒤바뀐 양상이다.

야당은 정부를 공격하고 이에 맞서 여당은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게 통상적인 국회의 모습이지만 이번 정기국회는 딴판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오히려 더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제대로 날을 세우지 못하는 등 어정쩡한 자세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난 상황임에도 국회에서는 여전히 참여정부의 공과가 쟁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기국회에서 바로 전년도 정부 운영이 심사대상이 되는 국회 시스템에 기인한 결과다.

한창 지난해 결산안을 심사하고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황이 단적인 예다.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과 관련해 "과거 정권은 능력이 없어 어딘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계급적 선동을 통해 더 오래 집권할 지지기반을 만들 의도가 있었다"며 "재도약을 위해 포퓰리즘과 사회주의적 요소를 철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종부세와 전 정부의 성격을 연관시켜 공격했다. 이번 정권에서 임명돼 지난 정부를 변호할 필요가 없는 장관들의 답변은 이 같은 상황에 기름을 붓는다. 9일 예결위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왜 국민의 세금을 한국전력 등에 밀어주느냐'고 따지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전기ㆍ가스요금 가격 통제에 따라 올해 (한전과 가스공사에) 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한나라당은 아예 상임위별로 KTF 사장 비자금 조성,기자실 통폐합 문제 등 15건의 '공격 이슈'를 선정해 국정감사 기간 중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김정권 원내대변인은 "이번 국감은 지난 정권 5년의 실정에 대한 종합감사적 성격이 있다"면서 "국감을 앞두고 여야 간에 전략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답답하다. 한 의원은 "정부 각료에게 질의를 하거나 문제를 비판하면 '지난 정부 때부터 해온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다. 무책임한 물귀신 작전이지만 딱히 더 따질 구석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여당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조용하다. 현 정권과 관련한 자료가 적어서다. 그렇다보니 '신재생 에너지 중소기업 지원해야'(김진표) '국민임대주택 지원 확대해야'(김성순) 등 정부에 조언하는 내용이 많다.

지식경제위 소속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올해 국감에서 정부가 제출하는 자료는 2007년까지의 통계나 내용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라며 "정권교체 전의 자료밖에 안 넘어오니 정부를 공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참 애매한 국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각료 출신의 한 초선의원도 최근 사석에서 "국장급 이하 실무진은 대부분 내가 인사한 사람들이 남아 있더라"며 "야당 의원이 됐다고 안면몰수하고 공격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고 난색을 드러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