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미 정부의 구제금융안의 처리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어 투자심리 경색과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26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이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13달러(1.1%) 떨어진 배럴당 106.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번 주 국제유가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4% 상승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1.27달러(1.2%) 떨어진 103.3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는 공화당 의원들이 정부의 구제금융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3.5%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전날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과 양당 대선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동에서도 이견만 확인한 채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점도 불안 심리를 가중시켰다.

시장에서는 구제금융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불안감이 가중돼 경기회복 전망이 어두워지고 석유수요도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TFS에너지LLC의 애널리스트 진 맥길리언은 "원유시장은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일에 좌우되고 있다"면서 "만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가 더욱 후퇴하고 수요 감소가 지속될 것이므로 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몰락한 투자은행들과 함께 그동안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져 왔던 워싱턴뮤추얼이 JP모건으로 넘어간 점도 금융기관의 도산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을 주면서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미 상무부가 이날 2.분기 경제성장률을 지난달 발표했던 3.3%에서 2.8%로 하향 수정한 것도 경기부진 전망을 부추겼다.

벤 버냉키 연방중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