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돌연사 65% 심장질환이 원인…가을철 과도한 운동 피하고 동맥경화 예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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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기에 좋은 선선한 가을을 맞아 마라톤이나 등산에 나섰다가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사망하거나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멀쩡하던 사람이 증상이 나타난 지 하루 만에 청천벽력과 같은 죽음을 당한다면 가족과 친지에게는 그 이상 슬픈 일이 없을 것이다.
돌연사의 원인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90% 이상이 심장질환이지만 한국과 일본에선 65%가량이 심장질환,20% 정도가 뇌졸중이다. 특히 증상이 나타난 지 한두 시간 내에 사망하는 경우 거의 전부 심장질환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돌연사의 사망자 대부분은 평소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고지혈증을 보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과거 이런 질병을 앓고 폭음 흡연 스트레스에 찌들려 살다가 마음을 고쳐 먹고 건강관리에 나섰던 사람에게도 이런 경우가 꽤 많이 발생하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예컨대 심장과 혈관이 어떤 상태인지 면밀히 알지 못하고 기필코 오늘의 운동 목표량을 달성하겠다며 무리하게 운동하거나,하루 일교차가 16도나 되는 새벽과 저녁에는 심혈관이 전반적으로 수축하는데도 이를 간과하고 집을 나섰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마라톤은 인체가 일시적으로 많은 혈액을 요구하는데 심장의 펌프질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탈수로 수분이 많이 빠져 나가 혈액이 끈끈해지는 바람에 혈전이 뭉쳐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안정형 협심증이 불안정형으로 바뀌는 건 심장 돌연사의 중대한 징후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심한 동맥경화증이 일어나 동맥의 안지름이 50% 이상 줄어드는 게 협심증.안정형은 주로 운동시에 나타나고 가슴 통증이 2~3분 지속되다 안정을 취하면 괜찮은 경우다. 불안정형은 흉통이 안정시에도 나타나고 지속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빈도도 늘어나는 것으로 응급약인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으로도 흉통이 좀체 사라지지 않는 상태다.
유철웅 부천 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은 "평소 100m달리기,10층 오르기에 문제가 없던 협심증 환자가 10m달리기,3층 오르기에도 숨이 가쁘다면 안정형이 불안정형으로 바뀌는 증후이므로 이를 간파하고 응급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장질환 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급격한 환경 변화다. 갑작스러운 기온 강하나 운동량 증가,흡연,혈중 콜레스테롤 증가,과음,과도한 심적 스트레스가 안정형 협심증을 불안정형으로 전환시켜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 돌연사의 단초는 동맥경화다. 유 과장은 "누구든 13세 이후부터 서서히 동맥경화가 시작되나 좋은 생활습관과 건강관리 노력에 따라 심혈관질환이 발병하는 시기에 큰 격차를 보인다"며 "과거에 만성 성인병이나 심한 흡연과 음주로 한번 망가진 혈관은 원상 복구되지 않고 언제든지 균열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런 사람들은 심장에 부담을 주는 급격한 운동량 증가나 기온 변화를 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동맥경화는 처음에는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하고 그 위에 칼슘과 면역세포 등이 엉겨붙어 점점 탄력을 잃는 것을 말한다. 구멍난 하수관을 시멘트로 메우면 또다시 균열이 생겨 시멘트를 덧발라야 하듯 한 번 혈전이 생긴 자리는 갈수록 쉽게 혈전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동맥경화의 진전을 막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청년층이라 할지라도 컴퓨터 작업 등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과식하고 운동을 게을리하고 퇴근 후에 음주와 흡연으로 삶의 애환을 달랜다면 동맥경화 진행 속도가 빨라져 심장질환이 조기에 발병할 수 있다.
동맥경화는 고혈압과 당뇨병을 유발하고,이에 의해 다시 동맥경화가 심해지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렵다. 고혈압으로 혈관내벽이 높은 압력을 받고,당뇨병으로 혈관내벽이 약해지고 잘 손상되기 때문이다. 젊어서부터 혈관이 탄력 있고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년 이후 심장 돌연사를 피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최근 젊은 층에서도 돌연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부정맥이 증가하는 추세다. 직장·학교에서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 고혈압 카페인이 원인이므로 이를 최소화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