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자동차와 IT(정보기술)의 접목,저탄소 친환경차의 개발 경쟁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에는 숨가쁜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고객 제일주의와 함께 노사 및 협력 업체와의 공생이 중요하다. 도요타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노사와 협력 업체는 한 배를 타고 있으며,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

조 후지오 도요타 회장(70)은 29일 공학한림원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만찬 포럼에서 '세계 자동차시장의 환경과 미래'를 주제로 연설,이같이 강조했다. 조 회장은 "기업가 정신의 출발점은 고객 제일주의"라며 "시장으로부터 정보를 전달받고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기호를 구현하는 디자인을 결합하는 게 지속 성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연설과 질의응답 주요 내용을 부문별로 정리한다.

#도요타 정신

도요타자동차는 출범부터 도전정신으로 충만했다. 직물기 회사로 출발해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동차 기술을 개발해냈다. 도요타 생산 방식은 돈도 기술도 설비도 없는 상태에서 미국의 빅3에 밀리지 않고 따라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탄생했다. 현장을 철저히 관찰해서 낭비를 줄이는 길밖에 없었고,그것이 혁신적인 생산성 기법으로 이어졌다. 저탄소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서도 하이브리드카 등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 개발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인재 관리

요즘은 과거와 달리 젊은층을 중심으로 직장 이동이 빈번하다. 인적 자원 축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지만,도요타는 근로자의 이직이 많지 않다. 교육 훈련에 많은 신경을 쓴 덕분이다. 2001년에 도요타가 완성한 인재 육성전략은 인간성 존중과 팀워크 중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모르는 걸 가르치는 게 교육이라면,훈련은 아는 것을 반복을 통해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육성된 사원들은 쉽게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협력 업체와의 공생

전체 비용의 70%를 부품사 등에 지불하고 있다. 아무리 도요타가 원가 절감을 해도 30%밖에 못 갖는다. 좋은 상품을 싸게 공급하려면 다 함께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부품사와의 업무를 전공정과 후공정의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 부품사와 자동차 메이커는 '아 하면 어 하는 관계'다. 기본적 정신은 공존 공영하자는 것이다.

#위기를 딛고 꽃 피운 노사 평화

1950년에 도요타는 도산 직전까지 갔었다. 은행으로부터 협조융자를 받아 위기를 넘겼는데,그때 조건은 인원을 감축하라는 것이었다. 2000명 정도 해고하는 아픔을 겪었지만,남은 사람들이 필사적 노력을 통해 회사를 재건했다. 한 배를 탔다는 인식이 그때부터 생겨났다.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임금도 올라가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값싼 생산기지를 찾아 해외로 이동하면서 산업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노조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토양이다. 도요타는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월급 등 보너스를 가져갈 수 있도록 회사의 이익이 많을 때라도 많이 주지 않고,회사의 이익이 적을 때라도 적게 주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

자동차와 IT의 결합이 상상도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IT의 바탕 위에서 바이오 전기 수소 등을 연료로 하는 친환경 자동차가 저탄소시대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도요타는 이 중 어떤 대체연료가 최종적으로 중심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이므로 모든 가능한 대체 에너지를 염두에 두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을 위해 오래 전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는 상품화에 성공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상용화가 힘들다. 가격을 10분의 1로 줄이는 게 과제다. 오사카~도쿄까지 얼마만큼의 수소로 달릴 수 있느냐를 실험했는데 역시 가격의 장벽에 가로막혔다. 예전엔 2010년에 연료전지를 실용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최근 기술자들은 아직도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이 너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기업들이 원가절감만으론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신시장 개척과 저가 차량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친환경 차량 개발과 함께 대형차에서 소형차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신차를 내놔야 한다. 각국의 시장 특성에 맞는 모델을 투입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환경ㆍ에너지ㆍ안정과 감동이 향후 글로벌 경쟁의 중점 요소가 될 것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