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엘렉트로닉스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측은 별 이득을 못 본 대신 대표만 '대박'을 터뜨려 눈총을 사고 있다.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해 막대한 차액을 챙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일렉트로닉스와 이 회사 박천석 대표이사는 지난 주말 보유중이던 단암전자통신 주식 700만7163주(지분율 18.56%) 및 경영권을 스탠다드에너지테크에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 금액은 170억원으로, 주당 2426원이다.

얼핏 웨이브일렉트로닉스가 지분 매각으로 큰 차액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단암전자통신의 26일 종가(440원) 대비 5.5배의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사측은 큰 이득이 없다.

웨이브일렉트로닉스가 단암전자통신을 인수한 것은 올해 1월. 당시 웨이브일렉트로닉스는 단암전자통신 주식 200만주를 85억원에 샀다. 이후 몇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720만7163까지 보유주식수를 늘렸다. 회사가 이 지분을 확보하는 데 모두 122억원 가량이 들었다.

이번에 웨이브일렉트로닉스가 매각한 지분은 570만7163주로, 경영권까지 합쳐 138억원에 매매됐다.

이번 매매 이후에도 웨이브일렉트로닉스는 단암전자 주식 150만주를 보유하게 된다. 이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어 블록딜로 넘기거나 장내에서 팔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종가로 환산하면 6억6000만원 어치다.

종합하면 웨이브일렉트로닉스는 122억원을 들여 단암전타통신을 인수해 모두 145억원을 받고 매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1년 동안 약 18%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약세장에서 나쁘지 않은 수익이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회사의 수익은 별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스탠다드에너지테크는 이번 단암전자통신 인수 과정에서 박 대표의 지분 130만주 전량을 31억5300만원에 매수했다. 박 대표는 이 지분을 지난 5월 단암전자통신의 유상증자 실권주로 6억5000만원에 배정받았었다. 4개월여 만에 투자금액 대비 5배 가까운 '대박'이 난 것.

이에 대해 스몰캡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매각하는 계열사 보유지분을 완전히 팔지도 못 한 상태에서 대표이사가 자신의 보유 지분 전량을 끼워 넣은 것은 모럴 헤저드"라고 지적했다. 대표이사의 지위를 이용해 회사로 돌아갈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웨이브일렉트로닉스가 보유한 단암전자통신 잔량 150만주가 장내에서 풀릴 경우 이 회사 주주들도 주가 하락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웨이브일렉트로닉스의 한 소액주주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박 대표는 회사 사업으로 돈 버는것보다 주식매매 기술이 더 뛰어나 보인다"며 "회사를 믿고 웨이브일렉트로닉스 주식을 매수한 소액주주들은 쪽박을 차고 있는데 대표이사만 따뜻한 겨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40분 현재 웨이브일렉트로닉스는 계열사 지분 매각 소식에 힘입어 가격제한폭(15%)까지 오른 25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