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자누비아' 연말께 국내 출시…저혈당·체중증가 등 부작용 거의 없어

우리나라의 30세 이상 성인 100명 중 9명은 당뇨병이란 이름의 '친구'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 1971년 이 비율이 1.5%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당뇨 인구가 늘고 있다.

당뇨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나라는 비단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1980년대 말 4000만명에 불과했던 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는 현재 2억5000만명으로 불어났다.

의료계에서는 2025년에는 이 숫자가 3억8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질병임에도 아직까지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대신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가 뛰어난 신개념 치료제는 속속 선보이고 있다.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인 MSD의 '자누비아'로 대표되는 DPP-4(디펩티딜펩티다제-4) 억제제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9월8일부터 5일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럽 당뇨학회'에서도 DPP-4 억제제의 효과와 개발 현황은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DPP-4 억제제 시장 열린다

2006년 자누비아가 나오기 전까지 전체 당뇨병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인슐린 분비량이 불충분한 형태) 치료제는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설폰요소제 및 메글리티나이드)과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포도당 소비를 촉진하는 약물(비구아나이드 및 치아졸리딘다이온) 정도가 전부였다.

문제는 이들 치료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은 혈당을 낮추는 효과는 우수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효능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특히 설폰요소제는 저혈당과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도 안고 있다. 메트포르민으로 대표되는 비구아나이드 계열 약물은 구토 설사 등 복용 초기에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며,치아졸리딘다이온 계열 약물은 메트포르민에 비해 저혈당의 위험을 줄였지만 심장질환 등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다.

DPP-4 억제제는 기존 약과는 치료 기전이 전혀 다른 신개념 치료제다. MSD는 자누비아를 개발하면서 인크레틴 호르몬에 주목했다. 이 호르몬은 몸 안의 혈당이 높으면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떨어뜨리고,혈당이 낮으면 글루카곤을 내보내 혈당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당뇨병에 걸리면 인크레틴 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인크레틴 호르몬의 80%가량은 1~2분 만에 DPP-4 효소에 의해 비활성화된다. DPP-4 억제제는 인크레틴 호르몬을 궤멸시키는 DPP-4 효소를 잠재워 적게나마 생성된 인크레틴 호르몬이 사장되지 않고 혈당조절 활동에 투입될 수 있도록 돕는 약이다.

DPP-4 억제제는 인체 본연의 혈당조절 시스템에 근거한 치료제란 점에서 저혈당이나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장점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아직 검증 기회가 적은 신약이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속속 출시되는 DPP-4 억제제

DPP-4 억제제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잇따라 관련 치료제를 내놓고 있다. 선봉에는 MSD가 섰다. 이 회사가 2006년 선보인 자누비아는 연간 600만건 이상 처방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 연말께 발매될 전망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자누비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서양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 능력이 약한 동양인에게 더 효과가 높다는 것"이라며 "18주 동안 임상실험을 한 결과 한국인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HbA1c·적혈구내 혈색소에 당이 붙어 있는 상태로 3개월간의 혈당수치 변화 추이를 반영하는 척도) 감소폭이 1.3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DPP-4 치료제인 스위스 노바티스의 '가브스'도 내년에는 건강보험 약가 협의를 거쳐 본격적인 국내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미국 BMS와 일본 다케다도 각자 개발한 DPP-4 억제제에 대해 임상3상 실험을 진행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10여개 업체가 DPP-4 억제제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중외제약과 LG생명과학이 DPP-4 억제제 개발에 나선 상태다. 중외제약은 최근 일본 산와화학연구소가 임상2상 실험을 진행 중인 DPP-4 억제제 후보물질을 도입,국내에서 신약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LG생명과학 역시 자체 개발한 DPP-4 억제제에 대해 임상2상 실험에 돌입한 상태다.

로마=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