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없애 대형화·전문화 해야"
"법조브로커 양성화…모럴해저드 우려"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법무법인(로펌)을 설립하거나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토록 허용하자는 정부의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방안'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변호사들은 "법조브로커를 양성화하자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는 반면 변리사 등 다른 전문직들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논란이 확산되자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9일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가 서비스 제공과 영업을 동시에 다 잘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문제의식에서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의외로 반응이 작지 않다"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관련 문제를 철저히 따져보겠다"고 언급,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전문자격사 서비스 산업이 과도한 규제로 대형화 전문화되지 못한다는 것이 정부 논리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미 자본의 논리가 통용되고 있다. K씨는 건설이 전문인 법무법인의 실질적 오너다. 직접 변호사를 고용하고 월급도 준다. 건설컨설팅업체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K씨는 법대를 나와 후배 변호사도 잘 따르지만 변호사 자격증은 없다.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로펌 오너 가운데는 K씨처럼 비법조인인 경우가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리사와 변호사 간 동업 역시 변호사법상 허용되지 않지만 특허법인에서 변리사와 변호사가 사실상 동업하는 사례도 많다. 이 때문에 공인회계사나 변리사 법무사 등 유사 직역에서는 대체로 정부 방안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고영회 변리사는 "변호사는 변리사를 고용할 수 있는데 변리사는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다만 이 경우 법률시장이 개방됐을 때 거대 외국자본이 우리 법률시장을 통째로 장악하는 길을 터주게 되는 만큼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이에 발끈한다. 김향훈 변호사는 "법조브로커를 양성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돈 있는 법조브로커가 로펌 대표로 앉아 사건을 왜곡 지시해도 괜찮은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법조비리에는 법조브로커가 빠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회정의 실현 등 공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변호사 업무의 특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병원을 소유하더라도 환자 치료에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적은 경우와 비교해선 곤란하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국가들에서 비법조인을 로펌의 오너로 허용하는 사례는 찾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원 미국변호사는 "변호사윤리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로펌의 소유에 대해선 철저히 비법조인을 배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