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많이 쓰는 사람 결절종 잘 걸려

단추를 채우고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악수하고 요리하고 숟가락질하는 데 사용하는 손은 의식주 해결부터 의사 표현까지 아주 다양한 일을 한다. 살아가는 데 없어선 안 될 고마운 존재지만 정작 손에 생기는 질환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는 이가 별로 없다. 이충훈 부천 예손병원 수부센터 원장의 도움말로 다양한 수부질환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손 과용해 생기는 성인의 손 질환=다년간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가사일을 한 중년 여성들은 손목의 내측 인대가 두꺼워져 정중(正中)신경을 지나는 수근관(손목터널)을 압박한다. 주로 엄지 검지 중지 손가락이 저리고 손을 많이 쓸수록 증상이 더 심해져 마비가 일어난다. 물건을 잡아도 감각을 못 느끼고 손저림으로 잠에서 깰 정도가 된다. 방치하면 뿌리근육이 약해져 집거나 쥐는 등의 손 기능이 크게 떨어지므로 가급적 빨리 치료해야 한다. 초기에는 먹는 약과 주사로 치료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엔 수술로 신경을 누르고 있는 인대를 풀어줘야 한다.

손목을 반복 사용하면 손등에 흔히 물혹이라 불리는 '결절종'이 생기기 쉽다. 컴퓨터 과다 사용자 중에 많아 'IT질병'이라고도 한다. 엄밀히 말하면 종양은 아니고 관절액이 새어 나와 투명한 젤리 같은 성분이 들어 있는 주머니를 형성한 것이다. 손을 적게 쓰면 줄어들며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모든 손등의 혹이 결절종은 아니므로 통증이 있거나 혹이 너무 크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다.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 '방아쇠 수지'와 '손목의 포착성 건막염(드 퀘르벵씨 건염)'이 생길 수 있다.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에 염증이 생겨 굵어짐으로써 힘줄이 외곽의 터널과 마찰을 일으켜 나타난다.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통증이 있고 심한 경우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거나 펼 때 둔탁한 소리가 난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위에 혹이 만져지고 누르면 아프다. 보통 아침에 증상이 심하다. 라켓을 쓰는 운동이나 골프가 원인이 될 수 있다.

포착성 건막염은 특히 엄지손가락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 나타나기 쉽다. 방아쇠 수지와 마찬가지로 엄지를 움직이는 힘줄에 염증이 생겨서 발생한다. 엄지 손가락 쪽 손목의 튀어나온 부위가 부어오르고 아프며 엄지손가락으로 물건을 잡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유발된다. 중년 이상 여성에게서 자주 나타나지만 최근엔 젊은 여성,특히 임신·수유부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방아쇠 수지나 포착성 건막염은 초기엔 휴식 스트레칭 물리치료 약물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나 지속될 경우 주사치료나 수술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의 선천성 손 질환=소아들은 선천적 이상이나 유전에 의한 다지증 합지증 단지증이 대부분이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더 많은 다지증은 신생아 400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 하나 더 있는 손가락을 잘라내거나 두 개를 합한다. 잘라낼 때 뼈를 교정하거나 인대를 다시 만들어줘야 하므로 까다로운 수술이 된다.

합지증은 두 개 이상의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서로 붙어 있는 것.손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손가락이,발은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이 붙어 있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뼈까지 붙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살만 붙어 있다. 분리하고 부족한 부분의 살은 피부이식술로 메운다. 합지증은 방치할 경우 손가락 길이 차이로 인해 점차 휠 수 있어 가능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단지증은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비정상적으로 짧은 상태를 말한다. 주로 네 번째 발가락과 새끼 손가락에서 잘 나타나며 손등뼈나 발등뼈가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천성 이상이지만 아주 어릴 때는 잘 몰랐다가 대개 초등학생이 돼서야 발견된다. 뼈를 자르고 양끝에 외고정장치를 넣어 뼈가 서서히 자라나도록 유도하거나 골반뼈를 이식해 한 번에 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