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 구제금융안 합의가 나왔음에도 불구, 원달러 환율이 엿새째 상승하면서 1180원선으로 급등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인 26일 종가보다 28.3원이 급등한 1188.8원으로 마감됐다.

특히 이날 역외 매수세와 월말 결제수요가 집중되면서 장중 한 때 12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이 레벨까지 오른 것은 지난 2004년 1월 5일 이후 4년9개월만이다.

이는 미국 구제금융안이 의회에 통과된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실제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다소 관망적인 입장이 낙관 세력보다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또 유로와 파운드가 이날 달러 대비 1%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 미국발 금융 위기가 유럽 금융기관들에게까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그동안 상승 저항선으로 자리잡았던 1170원선이 쉽게 무너지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지못하는 분위기였다.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지난 26일 종가보다 8.5원이 상승한 1169.0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역외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단숨에 1188원으로 치솟아 올랐다.

이에 정부는 즉시 구두개입으로 투자 심리 안정화에 나섰다. 재정기획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정부는 환율변동이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환율이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다시 반등, 1190원대를 지나 1200원선까지 올라섰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전세계 확산으로 달러부족 현상이 대두되면서 달러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월말 결제수요와 환헤지 통화옵션 키코(KIKO)로 인해 파산에 직면한 일부 업체들이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일 30일에는 무역수지나 경상수지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아무래도 적자가 예상되다보니 일부에서는 달러를 사두려는 심리도 있었던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원달러 환율의 기술적 저항선이던 1170원선이 무너지면서 상승폭이 크게 벌어졌다"면서 "29일 장중 한 때 1200원선에 올라선 만큼 내일 미 의회 구제금융안 통과여부와 각종 지표 발표 등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 위로 올라가면 키코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수 있다는 점에서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어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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