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옷을 벗고 있는지.
"더울 때 옷을 벗고 있으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된다. 옷 입고 덥다며 에어컨 돌리는 건 낭비다. "
―미라이는 철저한 비용절감으로 유명하다. 어떤 걸 줄이는가.
"불필요한 건 모두 없애고 줄였다. 우리 회사에는 업무용 승용차가 없다. 회장도 사장도 모두 자기 차를 타고 다닌다. 업무용 차는 미니 승합차 정도다. 승용차보다 휘발유를 훨씬 덜 먹는다. 회사 공용 휴대폰도 없다. 영업직원에게도 휴대폰을 주지 않는다. 곳곳에 널려 있는 편의점에만 가면 싸게 공중전화를 쓸 수 있는데,뭣하러 비싼 휴대폰을 쓰나. 사무실 내 복사기도 직원 350명당 1대꼴이고,정문에 경비실은 있지만 경비는 없다. "
―다른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임금을 깎거나 인력을 감축하기도 한다.
"바보 같은 짓이다. 임금을 줄이기 전에 다른 부분에서 아낄 것이 많다. 직원 임금을 깎았다는 회사를 가보면 복도에 전등이 훤하게 켜져 있다. 왜 전등부터 끄지 않나. "
―아낀 비용은 직원을 위해 쓴다고 들었다.
"그렇다. 우리 회사는 잔업이 없지만 잔업이 있는 회사 직원과 월급이 똑같다. 단위시간당 임금이 더 많은 거다. 연간 보너스도 일본 기업 평균은 3개월분인데,우리는 5.5개월분을 준다. 월급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유교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
―직원들에게 무조건 '당근'만 주면 게을러지는 사람은 없나.
"당근을 먼저 주면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한다. 대부분 회사는 성과를 보고 나중에 당근을 준다. 그러면 동물들과 다를 게 뭔가. 사람은 먼저 당근을 줘서 배부르게 해줘야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런 믿음을 갖고,회사 분위기를 잘 만들면 게으른 직원은 생기지 않는다. "
―과거에 선풍기로 명단을 날려서 간부를 뽑은 적도 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사실이다. 회사를 증시에 상장하려고 하는데,정부에서 요구하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예컨대 경리부 인사부 같은 걸 만들라는 거였다. 당시 우리 회사에는 그런 부서가 없었다. 돈이 아까워서 안 만들었다. 정부 요구대로라면 당시 20명이던 과장을 45명으로 늘려야 했다. 25명을 누구로 뽑을까 고민하다가 후보자 명단을 선풍기로 날려 멀리 날아간 이름 순서대로 그냥 뽑아버렸다. "
―'직원만족 경영'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40여년 전 회사를 창업할 당시 우리 경쟁사는 마쓰시타 도시바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었다. 처음부터 이들과 똑같이 해선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다르게 하자.차별화로 승부하자'고 결심했다. 주먹만한 회사가 사원이 수만명인 대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
기후하시마(기후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