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씨(46·광주시 서구 치평동)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안내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추가비용 500만원을 내지 않으면 1년 전 가입했던 해외펀드를 해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상품은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외국에 설정한 역외펀드다. 박씨는 국민은행을 통해 이 펀드에 가입했다.

문제는 환헤지에서 발생했다. 원금 손실이 발생한 데다 1년 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탓에 환헤지 재계약에 필요한 증거금이 부족해진 것이다.

박씨는 "1년 전 원금 1700만원을 맡겼다가 주가가 계속 떨어져 손실률이 40%에 이른다"며 "이런저런 수수료까지 제하고 나면 남은 돈은 700만원밖에 안 되는데 환헤지 비용을 더 내라니 어이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환율 급등으로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환율 하락에 대비해 환헤지를 한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원금 상당액을 날린 데다 펀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대개 펀드 가입자가 환헤지를 할 때는 가입 시점에 판매사와 선물환 매도 계약을 맺는다. 가령 1년 후 1달러를 1000원에 팔 수 있도록 확정짓는 식이다. 만약 계약이 끝나는 1년 후 달러가치가 크게 오르면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은 얻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최근처럼 주가가 크게 떨어져 원금 손실폭이 커지면 환헤지를 연장하기 위해 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박씨가 가입한 역외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은행과 직접 선물환 계약을 맺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계약서에 '환율 변동으로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지만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꼼꼼히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펀드라면 최근 환율 상승분이 투자 수익률로 이어져 수혜를 입고 있다. 다만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붙는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해외펀드 투자 때 무조건 환헤지를 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며 "특히 소액의 적립식 투자라면 투자 기간이 분산되는 만큼 굳이 비용을 지불하고 환헤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광주=최성국/박해영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