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외 수주금 금고에 … 포스코, 연내 외화채권 발행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부족사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에 달러 확보 비상이 걸렸다. 수출기업이나 건설업체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금고에 쌓아놓고,결제에 필요한 자금은 엔화나 유로화로 대체하는 등 한 푼의 달러라도 비축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해외 사업을 통해 수금한 2억달러를 시장에 풀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는 것은 물론,유사시에 대비한 달러 추가 확보에 나섰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 외화 채권을 발행해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외화채권 발행을 위해 여러 금융회사와 접촉하고 있는 상태"라며 "채권 발행 규모는 원화 기준으로 조단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수출 대기업들도 대금으로 받은 달러의 환전을 미루며 시중의 '달러 기근'이 길어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달러 차입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달러를 시급히 확보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수입 부품의 결제 등은 달러화 형태로 들어오는 결제 대금으로 메워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샌디스크 인수가 확정됐을 경우,달러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어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을 쌓아두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LG전자 역시 달러 쌓기에 치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달러 보유율을 높이기 위해 부품 수입은 달러가 아닌 통화로,수출은 달러로 결제해 달러 보유액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는 당장 필요한 외화자금이 아니면 수출환어음 네고를 자제해 달라는 정부당국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 외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수출기업마저 적극적인 환어음 매출에 나서게 되면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비상시에 대비한 달러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동민/송형석/장창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