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안 부결로 미국 증시가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일대비 777.68포인트(6.98%) 폭락한 1만365.45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1년 9ㆍ11 사태 여파로 기록한 하락폭인 684.81을 상회하는 수치다.

S&P500 지수는 1106.42로 106.85포인트(8.81%)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1983.73으로 199.61(9.14%) 추락했다.

매도 물량이 쏟아져 이날 뉴욕거래소에서 오른 종목은 162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종목은 3073개를 헤아렸다.

미 하원에서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이 부결되자 신용경색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패닉을 일으켰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큰 폭으로 하락, 경제위기의 또 다른 징후로 받아들여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0.52달러 내린 96.3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AP통신은 투자자들이 경제 약화로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안전자산에 돈이 몰려 금값은 급등했다.

캔터 핏제럴드의 마크 패도 스트레티지스트는 "이 같은 난국이 미국 은행을 넘여 유럽, 그 밖에 다른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하원은 이날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부시 행정부가 제안한 `2008 긴급 경제 안정법(Emergency Economic Stabilization Act of 2008, EESA)`을 찬성 205표, 반대 228표로 부결시켰다.

이 때문에 특히 금융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C)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AXP)가 각각 17.6%씩 떨어졌다.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씨티그룹이 와코비아의 은행 부문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 월가의 재편 작업은 지속됐다.

이날 씨티그룹은 와코비아의 은행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와코비아(WB)는 81.6% 폭락했다. 씨티그룹(C)도 11.9% 밀려났다.

모간스탠리(MS)도 15.2% 미끄러졌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지난주 발표한 대로 모간스탠리 지분 21%를 90억달러에 사들였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